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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새출발'…법무보호대상자 감동의 합동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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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쌍 부부 축복 받으며 백년가약 맺어

올해로 39회째, 총 308쌍 사랑 결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모범 출소자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아 백년가약을 맺었다.


8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JS웨딩컨벤션 그레이스홀에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가 주최한 '제39회 아름다운 동행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아픔 딛고 새출발'…법무보호대상자 감동의 합동결혼식 8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가 주최한 '제39회 아름다운 동행 합동결혼식'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8쌍이 주례사를 듣고 있다.[사진=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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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은 법무보호대상자 동거 부부나 미혼자가 화목한 가정을 이뤄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1985년부터 매년 합동결혼식을 열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308쌍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이번에는 8쌍을 지원했다. 웨딩홀 대여비 등 비용 약 3000만원은 자체 예산이나 광주광역시·광주지검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후원받아 충당했다.


결혼식 주례는 최정학 법무부 법무보호위원 광주전남지부협의회장이 맡았으며 식순에 따라 ▲축하영상 시청 ▲화촉점화 ▲혼인서약 ▲예물교환 ▲편지 낭독 ▲축가 ▲신랑 신부 행진 등이 진행됐다.


신랑 신부들은 이날 수많은 하객의 축복을 받으면서 지난 아픈 과거를 딛고 '새사람이 되겠다'며 심지를 굳건히 했다.


8쌍 대표로 단상에 오른 신랑 김모씨는 아내를 위해 준비한 편지를 읽으며 후회와 반성으로 점철된 지난날을 고백했다. 그는 암 투병 중인 아내를 포근하게 안아주기는커녕 만취 상태로 욕설을 하며 아픈 몸에 되레 생채기만 낸 자신이 한스러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음주운전으로 수감 생활까지 하며 가정에 소홀했던 자신을 남편으로 맞아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 감정이 복받쳐 말문이 잠시 막히기도 했지만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의미가 담긴 646자짜리 편지를 힘겹게, 끝까지 읽어냈다.


무뚝뚝하고 차갑기만 한 자신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정다운 단어 "사랑해"를 외치며 말 매듭을 짓고 두 팔 벌려 아내를 꼭 끌어안았다.


김씨는 일찌감치 술을 끊고 늦둥이 아들에게 좋은 아빠, 듬직한 남편이 되기 위해 농사일을 하며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편지 낭독이 끝난 뒤 화려한 웨딩드레스와 말끔한 턱시도 차림을 한 신랑 신부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잊지 못할 기념사진을 찍었다.


높은 천고의 빛나는 샹들리에가 이들의 밝은 미소와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고, 어두웠던 과거를 씻겨내는 듯했다.


행사 이름처럼 '아름다운 동행'을 지켜본 수많은 하객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앞날에 축복을 기원하면서 8쌍의 합동결혼식은 마무리됐다.


최운식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이사장, 이수권 광주지검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이재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광주전남지부장 등 150여명이 자리를 빛냈다.


최운식 이사장은 “신랑 신부가 처음 가졌던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잊지 말고 서로의 상처를 다독여주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보호대상자들이 사회에 온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수권 검사장은 “경애화락(敬愛和樂) 서로 공경하고 진심 어린 사랑을 하고 항상 화목하며 기쁘고 즐겁게 살라”며 “이 자리에 선 가정에 모든 화목과 기쁨이 모이게 될 것이며 힘들게 맺은 인연인 만큼 백년해로하고 축복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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