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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왜 일본은 주가를 올리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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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왜 일본은 주가를 올리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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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경제가 붕괴되면서 일본은 투자자들에게 무덤과 같은 곳이 되었다. 일본 증시는 30여년의 세월 동안 뒷걸음질하거나 게걸음질을 했고, 주택은 투자 대상 목록에서 사라졌다. 일본 기업의 경영 방식도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것으로 여겨졌다. 일본식 경영에 관심을 갖는 국내 기업들은 줄어들었고, 글로벌 스탠더드는 영미식 자본주의를 의미했다. 1980년대가 일본 경제의 승리였다면 1990년대부터는 미국 경제의 시대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일본 시장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결정적 전환점의 주인공은 워런 버핏이었다. 2020년 8월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는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이후 버핏은 이들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고, 일본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제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증시는 가장 핫한 시장이 되었다.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잃어버린 30년의 세월 동안 일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주로 인구구조의 변화에 관심을 가진 그룹이었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나라이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인 최초의 국가였다. 이제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가고 있으니 일본의 고령화 경험은 살아 있는 인류학 교과서 역할을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디플레이션과 고령화가 만나면서 막대한 일본의 가계 금융 자산은 주로 예금에 잠들어 있었다. 개인의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물가가 하락해 현금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고령화도 관련이 있다. 노인들이 가계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갖고 있다 보니 안전성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면서 자본시장의 활력이 떨어졌다.


주식시장의 침체는 단순히 주가의 하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원대한 야심을 갖고 기업을 창업한 젊은이들은 증시 상장을 통해 보상받아야 한다. 투자자들도 상장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하기 곤란하다. 증시 침체는 창업에서 상장까지의 기업 생태계 형성에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 증시 침체가 경제 전반,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자산소득 2배 증가’를 정책으로 내놓았다. 2000조엔을 넘는 돈이 투자로 넘어와서 자산이 두 배가 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2015년에는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제정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일본 국민연금에 이어 일본 증시의 2대 주주이다. 중앙은행이 직접 사들이는 전무후무한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번에는 도쿄증권거래소가 도쿄 증시에 상장된 3300개 기업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고 가계 자산의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고령화를 대비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복지도 필요하고, 교육도 필요하고, 일자리도 필요하다. 여러 대안 중 과소평가 받는 것이 자본시장의 야수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고령화와 디플레이션으로 긴 고통의 터널 속에서 보내야 했던 일본이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 극단적일 정도의 정책을 내놓은 이유를 한 번쯤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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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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