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자유한국당에 승전보 안긴 강화도
수도권 선거, 보수정당에 가장 유리한 지역
군사분계선 마주한 특성, 안보 이슈에 민감
강화군은 상고시대에 갑비고차라 불렸다고 한다. 강화군에 따르면 고려 초에는 열 구현(冽口縣)이라 부르다가 몽골 침입으로 고종 때에 수도를 옮기면서 강도(江都)라 칭했다. 고려 말기인 우왕 때부터 지금의 강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강화군은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다. 대한민국의 서북쪽 끝부분에 위치한 강화. 중국과도 가깝고 북한과는 한강을 경계로 마주보고 있다. 강화군은 현재 인천광역시로 편입돼 있지만, 원래는 경기도 소속이었다.
강화군이 경기도가 아닌 인천광역시에 포함된 시기는 1995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강화도는 김포군과 마주하고 있는 섬이다. 강화대교와 강화초지대교 등 다리를 통해 육지와 연결돼 있어서 차량을 통한 이동이 자유롭다.
동막해수욕장, 마니산, 외포리선착장을 비롯해 관광지도 즐비하다. 서울 시민들이 섬과 바다의 향기를 느끼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 중 하나가 강화도다. 실제로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강화도로 향하는 도로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교통체증이 이어진다.
정치적으로 강화군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보수정치의 철옹성이기 때문이다. 보수정치가 위기에 빠졌을 때도 강화군의 표심은 굳건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당시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싹쓸이에 가까운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자유한국당 간판을 단 후보들은 힘도 써보지 못한 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인천광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평구청장 선거와 계양구청장 선거는 민주당 후보가 70%에 육박하는 압승을 거뒀다. 다른 인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대부분 민주당이 승리했으며, 득표율 50~60%대의 일방적인 우위였다.
인천에서는 단 한 곳만이 당선자의 정당 색깔이 달랐다. 그곳은 바로 강화군이다. 강화군은 자유한국당 유천호 후보가 43.2% 득표율을 올리며 당선됐다. 민주당 한연희 후보는 26.6%로 3위에 그쳤다. 2위는 무소속 이상복 후보가 차지했는데, 득표율은 30.2%였다.
강화군이 과거 경기도에 속해 있던 곳이니 경기도의 표심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보기도 어려운 게 강화군과 마주하고 있는 김포시장 선거 역시 민주당 후보가 65.8%의 득표율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김포와 인천시 모두 자유한국당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강화군만큼은 굳건하게 보수정치 손을 들어준 셈이다. 2018년 강화군수를 뽑는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가장 유권자가 많은 강화읍을 비롯해 전 지역에서 우위를 거뒀다.
강화군이 인천의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은 안보의 최전선에 있다는 점이다. 옹진군 일부도 북한과 마주하고 있지만, 일부일 뿐이다. 강화군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군부대를 비롯한 군사시설이 곳곳에 있다.
인천의 다른 지역처럼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작다. 강화군 주민들은 어업과 농업, 관광업 등을 중심으로 생계를 꾸려 간다. 인천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강화군의 특성은 인천의 다른 곳과는 다른 표심을 보여주는 요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어지간한 선거 환경이 아니라면 강화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강화군에서 민주당에 밀리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기초단체장 당선 확률이 높은 단 한 곳을 꼽는다면 강화군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고시대에 갑비고차라 불렸던, 대한민국에서 네 번째로 큰 섬 강화도. 서해의 길목에 있는 그곳의 굳건한 표심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내년 4월 총선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인천의 선거 결과를 지켜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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