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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오존발생 장치 사용하다 사과 변질… 손해액 산정은 매각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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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책임 주장해도 제조물책임 따져봐야"

사과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구입한 기계 때문에 오히려 사과가 변질돼 피해를 입은 경우 피해액을 계산하는 시점은 기계 사용을 중단한 때가 아니라 사과를 판매해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때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 대법원은 당사자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라도 주장하는 내용 중에 제품의 '표시상의 결함' 등 제조물 책임법상의 요건사실에 대한 주장이 포함돼 있을 경우 법원이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인 '제조물 책임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 "오존발생 장치 사용하다 사과 변질… 손해액 산정은 매각시 기준"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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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과 농사를 짓는 A씨가 오존 발생장치 제조·판매업체 대표 B씨를 상대로 8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 상고심에서 "B씨는 A씨에게 32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10월 B씨로부터 '싱싱솔루션'이라는 이름의 플라즈마(오존) 발생장치를 300만원에 구입해 자신의 저온창고에 설치했다. 플라즈마란 기체가 초고온 상태로 가열돼 전자와 양전하를 가진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B씨는 해당 기계가 농산물의 숙성지연 및 살균효과가 있다고 광고했다.


그런데 기계를 설치한 이듬해 1월 자신의 농장에서 수확해 저온창고에 보관 중이던 1962상자(11만3800여개)의 사과 중 일부에서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이 나타났고, 일부 사과에서는 함몰증상까지 나타났다.


B씨는 A씨로부터 이상증상이 나타난 사과 5상자를 가져가 사과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는데, 연구소에서는 A씨의 사과에 나타난 증상은 갈변 증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A씨는 연구소에 자신이 사용 중인 플라즈마 발생장치와 관련이 있는지를 문의했고, 연구소로부터 관련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연구소 연구관이 다시 A씨의 창고를 방문해 사과를 살펴보고 일부 사과의 이상증상은 플라즈마에 의한 오존피해증상이라고 진단했지만, B씨는 진단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연구소가 재차 시행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고, B씨의 요청에 따라 A씨가 별도로 구입해 창고에 보관한 사과 5상자(256개) 중 202개에서 같은 증상이 발견됐다.


2020년 7월 3일 기준 A씨의 창고에 보관했던 사과 1967상자(나중에 B씨의 요청으로 구입한 5상자 포함) 11만3800여개의 92%에 해당하는 1729상자(10만4800여개)에서 같은 증상이 발견됐고, A씨는 1497상자를 판매한 뒤 부패가 심한 나머지 사과 232상자는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만약 B씨가 플라즈마 기계를 판매하면서 오존의 살균력과 더불어 오존의 농도가 높아져 사과에 갈변이나 함몰 등 이상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했다면 기계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가 기계의 장점만 설명하고 고지의무를 위반해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이 보관 중이던 사과의 교환가치 감소액인 7700여만원과 기계 구입대금 300만원을 포함 8000여만원을 B씨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기계 구입 여부 판단에 영향을 줄 만큼 중요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은 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단지 기게 설명서를 교부한 것 만으로는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의 설명의무 위반 상태는 A씨가 창고에 저장된 사과를 판매하고 폐기할 때까지 지속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손해액 산정의 기준시점을 결과발생시점, 즉 A씨가 사과를 처분하거나 폐기한 2020년 7월 3일로 보고 42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기계 구입대금 300만원의 경우 사기에 의한 매매계약을 취소해 돌려받는 건 몰라도 B씨의 고지의무 위반에 따라 발생한 손해는 아니라고 봤다.


그리고 A씨 스스로 기계의 사용법을 숙지하고, 잘 알지 못하는 경우 판매자에게 문의하는 등 스스로 손해발생을 예방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과 습도나 온도 조절 등 A씨의 과실이 손해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과실상계를 통해 전체 발생 손해액의 55%에 대한 배상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 역시 A씨에게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배상액을 3200여만원으로 감액했다.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B씨의 고지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존의 위험성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생산자이자 판매자인 피고가 직접 시간을 설정함으로써 오존의 발생 정도를 조절해 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설명서를 교부하고 직접 시간을 설정하는 것 외에 오존의 위험성을 설명해 줘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계를 사용했을 때 예외 없이 A씨의 창고에서와 같은 역효과가 수반된다면 몰라도, B씨가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나쁜 결과까지 예상해 설명해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 재판부는 손해액을 산정하는 시기도 1심과 달리 기계 가동을 멈춘 2020년 4월 23일이라고 판단했다. B씨가 적정한 시간 설정을 하지 못한 위법상태가 그때까지 계속됐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완성된 시점을 손해액 산정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재판부는 기계 가동을 중단한 이후 A씨가 사과를 실제 판매할 때까지 사과 상태가 점점 악화된 점, A씨의 보관상 과실이나 제3의 요인이 손해 발생에 기여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B씨의 과실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B씨가 설명서에 기계 장치를 설치하는 창고의 조건과 보관하려는 사과에 적합한 작동시간을 표시하거나, '오존의 농도가 높아지면 보관하는 농작물에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오존의 부작용을 표시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그 같은 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B씨가 제공한 설명서에 '오존이 인체에 무해한 농도로 조정되어 발생된다'고 표시돼 있는 바람에 A씨가 사과의 상태를 보다 주의 깊게 관찰하는 등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부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2심 재판부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보다 요건이 완화된 제조물 책임법 적용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재판부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원용해 "제조물 책임법은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이라 할 것이므로 제조물의 결함으로 손해를 입은 자가 제조물 책임법에 의해 손해배상을 주장하지 않고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했더라도 법원은 민법에 우선해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해야 하고, 제조물 책임법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요건을 갖췄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교부한 사용설명서에는 원고의 창고와 사과에 적합한 이 사건 장치 작동시간 및 구체적인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하는 등 제조물 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 요건사실 등이 포함된 주장을 했고, 제조물 책임법은 민법의 불법행위책임과 달리 '고의 또는 과실'이 아니라 '결함'을 기본 요건으로 하여 결함의 존재 및 그 결함과 손해와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므로 그 적용 여부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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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불법행위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인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할 수도 있음을 고려해 쌍방에게 이에 관한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면서 제조물 책임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를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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