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에서 돌아와 정원의 가로수 길을 걸었다. 그때 개 한 마리가 내 앞으로 달려왔다.
갑자기 개가 걸음을 늦추더니 날짐승의 냄새를 맡기라도 하듯 살금살금 다가가기 시작했다.
가로수를 따라가다 눈을 돌리니 작은 참새 새끼 한 마리가 눈에 보였다. 입부리 주변이 노랗고 머리에 솜털이 난 참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가로수 길 자작나무를 강하게 흔들었다. 그때 참새가 둥지에서 떨어졌다. 이제 막 날아 보려 한 참새 새끼가 날개를 편 채 힘없이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개가 서서히 다가갔을 때, 갑자기 가까운 나무에서 가슴털이 검은 어미 참새 한 마리가 개의 콧등 앞으로 돌멩이처럼 날아들었다. 그러고는 모든 털을 곤두세우고 애처로운 소리로 필사적으로 울어 대면서, 이빨을 드러내고 주둥이를 벌리고 있는 개를 향해 두어 번 덤벼들었다.
어미 새가 새끼를 구하기 위해 돌진했고,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 새끼를 구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작은 몸뚱이는 공포로 벌벌 떨었고, 어미 새의 가냘픈 목소리는 거칠게 쉬어 버렸다. 어미 새는 끝내 기절하고 말았다. 자기 몸을 희생한 것이다!
참새에게는 개가 얼마나 큰 괴물로 보였을까! 그렇지만 참새는 안전하고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참새의 의지보다 더 강한 어떤 힘이 참새를 날아 내려오게 만들었다.
나의 개 트레조르는 멈추어 섰고, 슬슬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개도 그 힘을 인정한 모양이다.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개를 급히 불렀고, 존경 어린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를 떴다.
그렇다! 웃을 일이 아니다. 이 영웅적인 작은 새에 대해, 그 사랑의 충동과 돌진에 대해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사랑은 죽음보다, 죽음의 공포보다 더 강하다. 삶은 사랑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움직인다.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조주관 옮김, 민음사, 1만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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