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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3>-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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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3>-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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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는 귀족 가문,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으면서도 가난하고 비참한 러시아 농노들의 삶을 매우 사실적으로, 깊이 있게 다룬 작가였다. 어머니가 사망한 후 물려받은 농노 수천 명을 해방시켜 러시아 귀족사회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히기도 했다. 이후 그가 발표한 소설 <사냥꾼의 수기>는 귀족 사냥꾼의 입을 빌려 러시아의 대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서정적으로 묘사해 내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농노 역시 풍부한 감정과 생각, 삶의 지혜를 갖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환기하며 유럽 각지에 당대 러시아 농노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게 된다. 사냥을 좋아하고 자주 즐겼던 투르게네프는 작품 곳곳에 그 경험을 투영했고, 그가 말년에 쓴 산문시에도 유난히 자연과 식물, 개와 새 등의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참새>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새끼를 살리려 한 어미 새의 거룩한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모습을 본 이후 투르게네프는 스스로 사냥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진다. 글자 수 880자.
[하루천자]'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3>-참새

사냥에서 돌아와 정원의 가로수 길을 걸었다. 그때 개 한 마리가 내 앞으로 달려왔다.

갑자기 개가 걸음을 늦추더니 날짐승의 냄새를 맡기라도 하듯 살금살금 다가가기 시작했다.

가로수를 따라가다 눈을 돌리니 작은 참새 새끼 한 마리가 눈에 보였다. 입부리 주변이 노랗고 머리에 솜털이 난 참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가로수 길 자작나무를 강하게 흔들었다. 그때 참새가 둥지에서 떨어졌다. 이제 막 날아 보려 한 참새 새끼가 날개를 편 채 힘없이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하루천자]'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3>-참새

개가 서서히 다가갔을 때, 갑자기 가까운 나무에서 가슴털이 검은 어미 참새 한 마리가 개의 콧등 앞으로 돌멩이처럼 날아들었다. 그러고는 모든 털을 곤두세우고 애처로운 소리로 필사적으로 울어 대면서, 이빨을 드러내고 주둥이를 벌리고 있는 개를 향해 두어 번 덤벼들었다.

어미 새가 새끼를 구하기 위해 돌진했고,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 새끼를 구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작은 몸뚱이는 공포로 벌벌 떨었고, 어미 새의 가냘픈 목소리는 거칠게 쉬어 버렸다. 어미 새는 끝내 기절하고 말았다. 자기 몸을 희생한 것이다!

참새에게는 개가 얼마나 큰 괴물로 보였을까! 그렇지만 참새는 안전하고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참새의 의지보다 더 강한 어떤 힘이 참새를 날아 내려오게 만들었다.

나의 개 트레조르는 멈추어 섰고, 슬슬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개도 그 힘을 인정한 모양이다.

나는 어리둥절해하는 개를 급히 불렀고, 존경 어린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를 떴다.

그렇다! 웃을 일이 아니다. 이 영웅적인 작은 새에 대해, 그 사랑의 충동과 돌진에 대해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사랑은 죽음보다, 죽음의 공포보다 더 강하다. 삶은 사랑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움직인다.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조주관 옮김, 민음사, 1만원

[하루천자]'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3>-참새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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