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민주지산 부근 출몰…영동에만 세번째
"마주치면 뒷걸음질로 자리 피해야"
두 살 때부터 서식지에 머물지 않고 한반도 중남부를 광활하게 떠돌고 있는 만 8살 난 반달가슴곰 '오삼이'(코드번호 KM-53)가 또 충북 영동에 나타났다.
5일 영동군은 전날 오전 8시50분께 상촌면 물한리 민주지산 부근에 이 곰이 출몰했다고 밝혔다. 오삼이가 이곳을 찾은 것은 2020년 6월과 2021년 6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또 오삼이는 지난해 6월 바로 옆 마을인 옥천군 청산면 명티리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오삼이는 국립공원공단이 부여한 코드번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2015년 1월 전남 구례군 반달가슴곰학습장에서 태어난 오삼이는 같은 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수컷이다.
오삼이의 남다른 모험정신(?)이 나타난 것은 2살 때인 2017년부터다. 오삼이는 2017년 6월 방사지인 지리산을 떠나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는 반달가슴곰이 방사지인 지리산을 떠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2017년에만 해도 두 차례나 지리산을 벗어난 오삼이는 이듬해인 2018년 5월에는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부근서 고속버스에 부딪히는 교통사고까지 당해 왼쪽 앞발 골절상을 입었다. 이 곰은 치료 후 2018년 8월 경북 김천의 수도산에 재방사됐으나, 이후에도 역마살을 버리지 못하고 가야산(경남 합천), 덕유산(전북 무주), 민주지산(충북 영동) 등을 계속 옮겨 다니고 있다. 2020년 6월에는 영동읍 화산2리에 나타나 양봉용 벌통 4개를 부수고 꿀을 먹어 치우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오삼이는 탐험가 콜럼버스의 이름을 딴 '콜럼버스 곰', 도망을 잘 친다는 의미의 '빠삐용 곰' 등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오삼이의 귀와 목에는 초단파(VHF)를 보내는 발신기가 부착되어 있어 대략적인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이 곰을 추적 중인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관계자는 "오삼이는 한창 호기심 많던 두 살 무렵 지리산을 벗어나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경남북과 전북, 충북 남부 일원까지 서식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생 곰은 계절이나 먹이, 번식 등을 위해 이동하는데 오삼이의 경우 다른 개체보다 활동반경이 크다"며 "오삼이가 사람을 기피하도록 훈련됐고, 24시간 위치 추적하는 만큼 사람과 접촉할 일은 없겠지만 혹시 마주치면 뒷걸음질로 자리를 피해 달라"고 전했다. 영동군도 읍·면 사무소를 통해 오삼이 출몰 소식을 전하는 한편 주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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