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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쇼크웨이브]⑪인텔이 아이폰칩 판매 기회 걷어찬 잔혹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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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압도하던 인텔 시가총액, 애플 5%로 추락
애플, ARM 기술 품으며 질주
인텔, 아이폰 칩 공급 거절·ARM칩도 매각

편집자주[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애플 쇼크웨이브]⑪인텔이 아이폰칩 판매 기회 걷어찬 잔혹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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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데이터가 아니라 직감을 따라야 했다. 내 직감은 아이폰 사업을 승낙하라고 했다."-폴 오텔리니(Paul Otellini)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은 애플 실리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한 기업의 판단 미스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한때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였던 인텔이다. 인텔이 ARM과의 협력을 통해 아이폰용 칩을 개발했다면 지금 반도체, 정보기술 시장의 역학 구도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애플 실리콘 대신 인텔의 칩이 아이폰과 맥북, 아이패드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가정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 자체 육성한 반도체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자 파격적인 결정을 한다. 잡스는 애플의 숙적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인 인텔과 손을 잡았다. 잡스는 2006년 1월 인텔의 x86 CPU를 사용한 PC를 선보여 반도체와 컴퓨터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애플 발표회장에 등장한 인텔 최고경영자였던 폴 오텔리니는 환호했다. 애플과 함께 인텔은 숙적 AMD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잡은 것만 같았다. 데스크톱 PC와 서버용 칩 시장의 우위로 승부가 끝난다는 판단이 섰다. 착각이었다.


오텔리니는 엔지니어가 아닌 첫 인텔 CEO다. 전임 크레이그 배럿까지 인텔은 칩 설계와 생산에 관련된 이들이 회사를 이끌었다. 오텔리니의 등장은 인텔의 변화를 뜻했다. 그리고 취임 1년을 즈음해 오텔리니는 애플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오텔리니 시대 인텔의 출발은 '코어' 시리즈 CPU의 대성공, 애플과의 협력과 함께 화려하게 불타올랐다. 세계 반도체 1위 인텔의 위상은 철옹성 같았다. 인텔은 미세 공정에서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전자-IBM 연합이 인텔을 위협했지만, 힘에 부쳤다. 오텔리니가 CEO로 재직한 시기 인텔은 앞선 45년간보다 많은 이익을 거뒀다.


2012년 당시 반도체 업계 실적을 살펴보자. 2012년 인텔이 벌어들인 수익은 110억달러였다. 현재 반도체 업계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가 겨우 5억8000만달러의 이익을 내던 때다. 두 회사 간의 이익 차이는 당시 인텔의 위상을 짐작게 한다. 심지어 당시 AMD는 대규모 적자에 시달릴 때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인텔은 증시에서 엔비디아, AMD는 물론 TSMC에 비해서도 낮은 기업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과 인텔의 시가총액 격차는 20배 이상이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것을 보여준 예다.


난공불락 반도체 기업의 추락‥애플은 실마리였다

오텔리니와 함께 환희의 순간을 경험한 인텔의 추락도 드라마틱하다. 추락의 계기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애플과의 협력 거부다.


인텔 맥 PC가 시장에 등장한 얼마 후인 2006년, 잡스는 오텔리니에게 아이폰용 반도체 공급을 제안했다. 물론 잡스와 쿡 콤비는 인텔에 많은 양보를 할 생각이 없었다. 인텔은 크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떼돈을 벌어주는 CPU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잡스가 인텔의 손을 잡으려 한 이유도 있었다. 인텔이 ARM 기반의 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텔은 치열한 소송을 거치며 디지털 이큅먼트(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이하 DEC)에서 개발한 '스트롱ARM'이라는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을 품에 안았다.


DEC는 '알파(alpha)' 칩이라는 출중한 반도체를 탄생시켰던 반도체, 컴퓨터 업계의 중요한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스트롱ARM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ARM 설계에 기반한 칩이다.


DEC는 인텔이 알파칩을 카피해 펜티엄 CPU를 만들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는 1997년 소송 취하해 합의했고 DEC는 인텔에 스트롱ARM 사업부를 매각했다. 인텔은 스트롱ARM을 '엑스케일(xcale)'로 개명한 후 개인정보단말기(PDA)용 칩으로 판매했다. 2000년대 초반 팜, HP, 삼성전자에서 만들었던 PDA에 엑스케일 칩이 사용됐다. 2000년대 초반 PDA 사용자였다면 인텔이 생산한 칩 사용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잡스의 제안에 대한 인텔의 선택은 거절이었다. 오텔리니는 2013년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아이폰용 반도체 공급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애플이 요구한 칩의 값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오텔리니는 애플이 원한 가격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CPU 사업으로 충분한 수익을 내는데 모바일용 칩을 저가에 애플에 바칠 이유가 없었다.


인텔의 선택은 애플이 반도체 개발로 방향을 전환하는 확실한 계기였다. DEC의 주요 칩 설계를 주도한 댄 도너펄은 인텔이 스트롱ARM을 인수한 직후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독립했다. 그는 2003년에는 반도체 설계회사 PA세미를 설립했다. 당연히 저전력 모바일 칩 개발을 위해서였다. 이후 PA세미는 애플에 인수됐다.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DEC 출신들이 만든 SoC 설계회사를 애플이 품은 셈이다. PA세미 인수 후 애플은 반도체 설계에 집중했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칩의 성능을 차근차근 높여갔다.


결국 인텔이 버린 카드가 연이어 인텔을 겨냥한 부메랑이 된 셈이다. ARM 계열이 약진을 거듭하는 동안 인텔이 엑스케일 대신 자체 개발한 대안인 '아톰'(atom)칩은 부진이 이어졌다.


심지어 인텔은 2006년에는 엑스케일 사업 부문을 매각해 버린다. 매각대금은 겨우 6억달러. 아이폰 출시 불과 1년 전의 결정이다. 인텔은 모바일 시대의 새벽에 결정적인 기회를 놓아버린 것이다.


인텔과 달리 애플은 삼성전자 제조한 ARM 기반 칩을 첫 아이폰에 사용한 후 2010년 'A4'를 통해 처음 자체 설계에 나섰다.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애플은 빠른 속도로 향상된 성능의 칩을 개발한다.


품고도 버린 인텔‥비장의 무기 선보인 ARM

비슷한 시기 ARM도 비장의 무기를 선보인다. 현재 ARM 반도체 설계의 중심은 '코어텍스'(Cortex)다. ARM은 코어텍스와 함께 전력 소비가 적지만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정면 돌파하는 데 성공한다.


필자도 2005년 국내 언론에 코어텍스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ARM의 청사진을 목격했지만, ARM의 자신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시 김영섭 ARM코리아 사장은 "새로운 ARM 코어텍스-A8 프로세서가 가전 및 모바일 시장에 전례 없는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몰고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설마가 사실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이야 많은 이들이 ARM의 이름을 알지만, 그 당시만 해도 반도체 업계를 제외하고 ARM을 아는 이가 드물었다. 반도체 설계를 판매한다는 사업 구조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때다. '그게 되겠어'하는 불신이 팽배했다. 종합반도체, 파운드리, 팹리스가 모두 ARM을 바라보는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다.


인텔의 오판은 반도체를 넘어 세계 기업사에서 결정적인 경영 실책으로 남았다. 한해 3억대나 팔리는 아이폰용 칩을 판매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물론 당시만 해도 누구도 아이폰이 지금처럼 많이 팔리고 애플 실리콘이 모바일을 넘어 PC와 태블릿 PC 시장까지 점령할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오판을 한 오텔리니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오텔리니는 아이폰 판매량이 인텔이 예상했던 것의 100배였다고 회고했다. 물론 지금은 더 늘었다.


그렇다고 인텔이 투자에 소홀했던 것일까. 인텔은 2011년과 2012년 연구개발(R&D)에 195억달러를 지출했다. 당시 구글의 투자액이 80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투자가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미세공정 진화를 위한 생산설비 투자도 200억달러나 됐다. 2년간 400억달러를 투자하고도 인텔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다.



인텔의 등에 꽂힌 애플의 칼이 남긴 상처는 깊고 치명적이었다. 모바일 칩을 저버린 선대 경영자가 남긴 숙제는 '구원투수' 팻 겔싱어(Pat Gelsinger) 현 인텔 최고경영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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