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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시대]결혼하지 않을 직원도 축의금·경조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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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LG유플러스-러쉬코리아, 비혼복지 시행
게시판 비혼선언으로 기본급에 휴가 지원
사회 색안경 여전, 비혼선언자 신상노출 부담

편집자주결혼이 필수가 아닌 세상. 비혼을 선택한 이를 만나는 것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누가, 왜 비혼을 선택할까. 비혼을 둘러싼 사회의 색안경만 문제는 아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막연한 시선도 존재한다. 이른바 '비혼 라이프'의 명과 암을 진단해본다.
[비혼시대]결혼하지 않을 직원도 축의금·경조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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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복지 제도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비혼 근로자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여전히 복지 혜택은 가족이 있는 기혼 근로자 위주다. 사회 정책은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갖가지 복지 혜택은 결혼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누릴 수 있다.


인륜지대사 앞에 나홀로족의 존재감은 흐릿하다. 결혼 축의금 50만원, 신혼여행 유급휴가, 대학생 자녀 등록금 지원 100% 등 사내 복지는 물론 부양가족이 없는 비혼자들은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혜택도 받지 못하기 일쑤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복지 대상자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결혼=필수'라는 공식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비혼이 하나의 선택지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매년 1인 가구 수가 증가하는 만큼 비혼 근로자에게도 사실상 임금 역할을 하는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비혼시대]결혼하지 않을 직원도 축의금·경조휴가 사진출처=픽사베이

LG유플러스는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비혼 근로자를 위해 나섰다. 비혼 선언을 한 직원에게 결혼한 직원과 똑같이 축하 지원금과 특별 유급휴가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비혼자임을 밝히는 방식은 간단하다. 사내 게시판에 '비혼 선언'을 하면 된다. 비혼 선언을 하면 기본급 100%와 유급휴가 5일 지급된다.


다만 모든 직원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초 비혼 축하금은 지원금은 근속 5년 이상, 만 38세 이상 직원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도는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2023년부터 3년간 지원 대상이 점차 확대되는 방식이다. 시행 첫해인 올해는 근속 10년 이상인 만 43세 직원이 대상이다. 2024년에는 근속 7년 이상, 만 40세다. 근속 5년 이상, 만 38세 이상으로 제도가 확대되는 건 2025년부터다.


LG유플러스 측에 따르면 직원들의 비혼복지제도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내 게시판에 게재된 '비혼 선언문'에도 다른 직원들의 축하와 응원을 담은 댓글이 쏟아졌다.


비혼복지제도는 노조와 사측의 고민 끝에 완성됐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응한 결과다.


[비혼시대]결혼하지 않을 직원도 축의금·경조휴가 사진출처=픽사베이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인 러쉬코리아에는 1년에 한 번 '비혼 선언의 날'이 있다. 러쉬코리아는 국내 비혼복지제도의 선두주자로, 2017년 6월부터 비혼복지제도인 '비혼 선언 신청'을 도입했다. 종전 기혼자 중심의 복리 후생에서 비혼자도 복지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취지다.


비혼 선언은 근속연수 만 5년 이상인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비혼 선언을 하면 축의금 50만원과 경조휴가(유급휴가) 10일을 지급한다. 결혼을 선택한 직원과 같은 수준이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총 15명이 비혼을 선언했다.


러쉬코리아에는 '반려동물수당'도 있다. 출산한 직원에게 지급하는 육아수당처럼 반려동물이 있는 비혼자에게 월 5만원의 반려동물수당이 나온다. 반려동물 사망 시에는 1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비혼 근로자와 반려동물의 감정적 유대를 고려한 섬세한 배려다.


러쉬코리아의 비혼신청제도 역시 내부 반응이 긍정적이다. 러쉬코리아 관계자는 "러쉬가 다양한 인권 캠페인을 진행하는 만큼 브랜드 방향성과 가장 잘 맞는 복지 제도라는 반응이다. '러쉬다운 복지 제도다'라는 의견도 대다수였다"며 "'신선하다', '새롭다'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러쉬코리아에 재직 중인 김모씨(40)는 "라이프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회사에 재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혼 선언을 한 후 동료들에게 축의금을 받았고, 2주간의 비혼 휴가도 다녀왔다. 지금은 반려동물수당도 받고 있다. 그는 "동료들은 오래전부터 내가 비혼주의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 회사에 비혼선언제도가 생겼을 때 본인의 일처럼 기뻐했다"고 말했다.


[비혼시대]결혼하지 않을 직원도 축의금·경조휴가 사진출처=픽사베이

다만 김씨를 제외한 각 회사의 비혼 선언자들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매체 노출이 꺼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사내 게시판에 올렸던 '비혼 선언문'을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LG유플러스 측은 비혼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제도 수혜자가 몇 명인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비혼자 복지 확대에 대한 사회의 거부감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대기업들이 비혼복지제도를 속속 내놓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비혼 조장'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저출산이 심각한데 비혼자에 대한 지원이 비혼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비혼주의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비혼자를 위한 복지는 그간 소외됐던 비혼 근로자에게 동등한 보상을 하는 게 목적이다. 개인의 다양성, 다시 말해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권리까지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사실 기혼자들이 받는 혜택들이 더 많다"며 "육아휴직도 2년 제공하고 있고 난임 직원들을 위한 지원 제도도 있다"고 말했다.


비혼자를 저출산의 원흉으로 보는 시각에도 비판이 따른다. 비혼 증가가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건 비혼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다. 프랑스와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2020년 기준 각각 45.4%, 37.8%로 한국보다 높지만 합계출생률은 1.8명, 1.66명으로 한국(2022년 기준 0.78명)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 저출산의 원인을 비혼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혼 1세대의 탄생'의 저자 홍재희는 비혼은 환경에 따른 선택일 뿐이라며 이렇게 일침을 가한다.


"지난 10년 동안 100조원을 쓰고도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았다면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다. 접근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국가를 위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애를 낳아야 한다고? 이 무슨 개그 같은 소리인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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