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與 법사위 위원 권한쟁의심판 청구
"이유 없이 60일 지나지 않았다"
거대 야당의 계속되는 법안 직회부에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주가 헌재 판단으로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유상범·장동혁·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오전 10시30분에 헌재 민원실을 찾아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관련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다. 청구인은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위원 6명이며 피청구인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헌재에 심판을 청구하는 배경은 방송법 직회부가 국회법 86조3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법 86조 3항은 직회부의 근거로 "법제사법위원회가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라고 명시한다.
쟁점은 '이유 없이'에 해석에 관한 부분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직회부된 방송법은 법사위 제2소위에 회부돼 논의를 진행 중인 상태로, '이유가 있는' 채로 60일이 경과됐다 본다. 국회법이 정한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않았다는 직회부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이다.
방송법 직회부 건이 의결된 지난달 21일부터 국민의힘 법사위 위원들은 이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여당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법사위의 소위 체계 자구 심사권 자체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사위 전체 위원들이 뜻을 모아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 또한 직회부 요구에 대해 "분명히 불법, 위법이다. 국회법 86조3항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간호법과 달리 방송법에서 여당이 심판을 청구한 것도 '이유 없이 60일'과 관련이 있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들은 (방송법과 달리) 법사위 소위에 회부하고 논의하기 전에 이미 (계류된 지) 60일이 지났다"고 설명했다. 간호법은 지난해 5월17일 법사위에 회부됐고 반년이 훌쩍 지난 올해 1월이 돼서야 전체회의에 상정돼 논의가 시작됐다. 양곡법 또한 법사위로 넘어온 시점은 지난해 10월20일이지만, 3개월이 지난 올해 1월16일에야 회의에 상정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에 대해 법사위 상정을 막는 방식으로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회법 86조3항에 따라 직회부 카드를 꺼내듦에 따라, 최근에는 쟁점 법안은 법사위에서 잡아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로 인해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 등의 경우 60일이 한참 지난 시점에 직회부가 거론될 때 법사위에 오른 반면, 방송법 등은 비교적 상임위 통과 직후 법사위에 상정되는 식이다.
헌재 판결에 따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의 직회부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지난 2월21일 상임위를 통과해 오는 22일부터 직회부가 가능하고, 안전운임제를 다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경우도 지난해 12월9일 법사위에 회부돼 현재 계류된 지 60일이 지났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이번 심판 청구는 그런 법안들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며 "헌재 심판에서 (방송법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를 보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기존 10명 수준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학회·언론단체 등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당은 이 법이 통과되면 공영방송의 경영진을 편향된 구성으로 만들 수 있다며 반대한다. 반면 야당은 "중립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선출하게 된다"며 본회의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