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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업 부담만 키운 신외감법.."4년간 감사보수 84.1% 올랐지만 품질은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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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회계개혁]①
한국회계학회, 3대 회계개혁 제도 연구결과 발표
뚜렷한 감사 품질 개선 등의 효과 확인되지 않아
기업 “잦은 감사인 교체로 비용 증가 등 부작용만”

[단독]기업 부담만 키운 신외감법.."4년간 감사보수 84.1% 올랐지만 품질은 '미미" [사진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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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감사법 전부개정(2017년 10월)으로 시작된 회계개혁이 2018년 11월 본격 시행된 지 4년여가 지난 현재, 신외감법(외부감사법 개정안)의 대표적인 3가지 제도(표준감사시간제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주기적 지정제 등 감사인 지정제도)의 도입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발주받아 연구를 진행한 한국회계학회의 연구 결과다. 감사 품질 개선 등의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회계 투명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더불어 기업의 부담만 가중됐다는 부정적 시각이 엇갈리면서 기업과 회계 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당국은 회계개혁 제도를 손질하려고 나섰지만,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사실상 유보한 상태다. 지난해 9월 '회계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꾸렸지만 아직까지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도 도입의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와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회계 투명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회계제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실무적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가운데 회계 업계와 기업 사이의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해서다.


감사품질 향상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 나오지 않아

14일 아시아경제가 단독 입수한 한국회계학회의 '회계개혁 제도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회계개혁으로 도입한 주요 제도로 감사보수, 감사시간, 시간당 감사보수 등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주장해온 애로사항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다만 감사품질 향상 대목은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아 앞으로도 양측의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회계학회가 지난 2월10일 연 '회계개혁 제도 평가 및 개선 방안' 심포지엄에서 회계개혁 제도의 시행 효과를 정기적으로 재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발 물러섰던 이유다. 지금 당장의 연구 결과로는 사실상 회계 업계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개선 방안 모색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을 후속 과제로 제안했다.

[단독]기업 부담만 키운 신외감법.."4년간 감사보수 84.1% 올랐지만 품질은 '미미"


회계학회는 감사품질의 개선 효과를 '재량적 발생액'과 '감사조정'으로 측정했다. 재량적 발생액은 '0'에 가까울수록 감사품질이 향상된 것으로 해석했다. 감사조정의 경우 표준감사시간제와 주기적 지정제는 도입 전 감사조정 경향이 높아지는 것을 제도 도입의 효과로 봤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도입 후 감사조정의 정도가 낮아졌다면 제도 도입으로 감사품질의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해석했다. 회계학회 관계자는 "재량적 발생액은 경영진의 수익 인식 시기 또는 자산·부채 평가 등에 대한 추정이나 판단이 반영되면서 회사의 재무성과를 유리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0'에 수렴할수록 경영진이 재무제표에 조정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므로 감사품질이 향상됐다고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 전후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의 차이가 5% 이상 발생하는 식으로 조정 정도가 클수록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계학회는 이를 근거로 재량적 발생액이 2019년과 2020년에 비해 감소해 회계개혁 제도가 감사품질 향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만 밝혔다. 감사조정 역시 회계개혁 제도가 도입된 2019년에 57%로 큰 비중을 보였고, 제도 도입 전과 후의 평균적인 비교에서도 도입 이후 감사조정 비중이 더 컸다고 짚었다.


기업 측 입장은 달랐다. 기업 측은 "재량적 발생액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급감했다는 실증결과를 감사품질의 제고로 본다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감사인이 대체 처리 방안을 최소화하고 평균적으로 인정되는 대안만을 강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면서 "재량적 발생액은 회귀분석을 통한 통계치로, 도출된 결과의 안전성을 완전히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조정의 증가에 관해서도 기업과 감사인이 회계처리에 관해 차별적 의견을 내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데, 최근 지정감사인의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사방법론 탓에 업무 비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기업의 불만이 나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감사조정이 증가한 게 '기업의 회계부정에 대한 수정'인지 '보수적인 감사방법론의 적용'에 따른 것인지 이번 연구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재량적 발생액'과 '감사조정' 분석 결과를 회계학회가 일방향으로 해석한 게 이번 연구가 갖는 본질적인 한계"라고 주장했다.

[단독]기업 부담만 키운 신외감법.."4년간 감사보수 84.1% 올랐지만 품질은 '미미"

감사시간·보수는 대폭 증가

회계개혁 제도 시행의 전반적 영향 관련 결론은 제도 시행 전후 감사시간·감사보수 변화다. 감사보수 증가율은 감사시간 증가율의 2배 이상 수준(시간 38.4%↑, 보수 84.1%↑)이다. 감사보수가 감사시간 증가에 비해 더 많이 늘어난 건 시간당 감사보수가 증가(30.2%↑) 때문이다. 지정감사인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감사보수를 지나치게 높게 청구한 결과로 풀이된다.


신외감법 도입 전(2017년)과 비교해 도입 후(2021년) 감사시간은 1553시간에서 2149시간으로 38.4% 증가했다. 감사보수는 1억1579만3000원에서 2억1311만5000원으로 84.1% 늘었다. 시간당 감사비용으로 따지면 77만4000원에서 100만8000원으로 30.2% 증가했다.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의 경우 7만1800원에서 9만9500원으로 38.4% 증가했고. 이들을 제외한 곳은 23.5% 늘었다. 기업 측은 "감사품질 향상은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해 감사했을 때 개선 효과를 논할 수 있는 것으로 감사보수의 증가와 감사품질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 "감사보수는 감사시간이 늘어난 것에 비례해 증가하는 게 합리적인데, 감사시간 증가율의 2배 수준으로 감사보수가 증가한 것은 감사인이 지정감사인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감사보수를 지나치게 높게 청구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단독]기업 부담만 키운 신외감법.."4년간 감사보수 84.1% 올랐지만 품질은 '미미"


"감사인 '지정' 아닌 '교체'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효과"

감사품질의 개선 효과 분석 결과는 어땠을까. 2019년부터 시행된 표준감사시간제의 경우 확인된 것은 회계사의 금전적 보상이 늘었다는 것, 감사시간이 증가할수록 감사품질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뿐이다. 표준감사시간제도가 감사품질 개선과 관련 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 이전에는 감사시간이 감사보수와 양의 관계를, 시간당 보수와는 음의 관계를 보였지만,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 이후에는 둘 다 유의한 양의 관계를 나타냈다. 감사인들의 투입 노력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과거에 비해 유의하게 늘었음을 의미한다.


기업 측은 "도입 취지와 달리, 최저 감사시간의 강행 규정이자 기계적인 적용으로 기업의 수용성이 매우 낮다"라면서 "협상력이 높은 지정감사인일수록 표준감사시간을 기계적으로 산출해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비판했다.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내부회계관리제도 역시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수준 강화가 감사품질을 높였는지 명확히 나타나지 않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비용 부담이 가장 크나, 가장 중요한 효과로 기대됐던 횡령 발생 여부와는 유의한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나와서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서 제도 도입 효과가 부분적으로 발견됐다는 게 회계학회 측 주장이나, 5000억원 이상 기업 표본에서는 동일한 추이(도입 시점 고려 시)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이 제도의 효과 역시 입증은 불가능했다.


2020년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주기적 지정제도 등 지정제도는 기업의 협상력을 없애 감사보수를 급격히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지정감사인의 감사보수는 2019년 대비 2020년에 가장 큰 폭인 44.85% 증가했다. 주기적 지정제 적용 이전 기간에는 주기적 지정기업들의 감사보수가 미지정 기업에 비해 더 낮았지만, 지정 이후 보수가 역전됐다. 회계학회는 재량적 발생액이 '지정 직전 연도'에 감소해 '회계개혁 제도로 감사품질이 향상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 측은 "'지정 전'에 감사인이 교체될 가능성에 따라 바뀐 것으로 '강제 지정'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면서 "결국 감사인 '지정'이 아닌 '교체'만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효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기업 측은 "제도 도입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분석은 실시하지 않았는데, 기업들이 감내해야 하는 유무형의 비용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므로 제도의 근간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설계가 절실하다"면서 "이번 연구가 '잦은 감사인 교체'가 야기하는 '비효율성 및 비용 부담'에 대한 부분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본질적인 한계"라고 강조했다. 회계학회는 "현행 회계제도가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는 논의의 토대를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라면서 "외감법 관련 법령이나 제도를 개선하고 감독정책을 수립할 때 유용하게 활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진단뿐 아니라 여러 경로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라며 "다만 아직은 어떤 방안도 확정된 건 없다"라고 밝혔다.


[용어 설명]

*감사인 지정제도 중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상장사 등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율적으로 선임한 경우 다음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도록 하는 제도다.

*표준감사시간이란 감사인이 투입해야 하는 적정 감사시간이다. 기업 규모와 업종, 상장 여부 등에 따라 산출된다. 감사시간이 늘어나면 감사보수도 늘어나게 된다.

*내부회계관리제도란 재무제표 오류와 부정·비리를 막기 위해 재무보고와 관련된 회사 업무를 관리·통제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말한다.

*기업의 재량적 발생액은 회계이익의 발생항목 중에서 경영자의 재량에 의존하는 부분을 의미한다.


*감사조정은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가 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수정된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 차이가 5% 이상 나는 등 정도가 클수록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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