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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회계개혁]②상장사 절반 ‘감사인 지정제’…감사보수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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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회도 지정감사 완화 필요성 제기
금융위 “기업 부담 늘어, 경감 방안 고심”

[빛바랜 회계개혁]②상장사 절반 ‘감사인 지정제’…감사보수 폭등 [사진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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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3대 회계개혁 제도 가운데 주기적 지정제 등 감사인 지정제도에 대해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 전보다 감사보수, 감사시간, 시간당 감사보수 등이 모두 증가해서다. 주기적 지정제는 주권상장법인과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사가 6개 사업연도까지 자유선임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고, 이후 3개 사업연도에는 지정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직권 지정제는 증권선물위원회 감리결과에 따른 감사인 지정조치, 선임기한 내 감사인 미선임, 상장 예정, 관리종목, 3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재무기준) 등 27개 직권지정 사유에 대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경우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빛바랜 회계개혁]②상장사 절반 ‘감사인 지정제’…감사보수 폭등

주기적 지정제 탓에 기업 협상력 약해져

아시아경제가 단독 입수한 한국회계학회의 '회계개혁 제도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주기적 지정회사 수는 593개, 직권 지정회사의 수는 663개로 전체 상장사 중 50.5%가 감사인을 지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주기적 지정회사 220개, 직권 지정회사 513개로 지정 비율은 30.4%였다.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지정감사인의 감사보수는 2019∼2021년에 각각 1억3622만1000원, 1억9731만1000원, 2억2973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대비 2020년에 가장 큰 폭인 44.85% 증가했다.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지정감사인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20년에 전년 대비 19.64% 증가했다. 2021년에도 전년 대비 13.45% 늘었다. 특히 주기적 지정제 적용 이전 기간에는 주기적 지정기업의 감사보수가 미지정 기업보다 낮았지만, 지정 이후 보수가 역전됐다. 주기적 지정제 탓에 기업의 협상력이 약해져 감사보수가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직권지정 감사인의 감사보수는 2019∼2021년에 각각 2억9670만5000원, 2억1559만2000원, 2억2783만6000원이었다. 직권지정 기업의 감사보수는 주기적 지정기업과 미지정 기업보다 높다. 다만 2020년에는 직권지정 확대로 지정기업 수가 증가하면서 평균적인 감사보수는 감소했다.


주기적 지정제에 따라 지정감사인의 감사시간은 지정제 도입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에 연속 상승했다. 2019년 1696시간에서 2020년 2025시간으로 19.37%, 2021년에는 2193시간으로 8.28% 증가했다. 지정 이전 기간에는 주기적 지정기업의 감사시간이 미지정 기업(2019년 1903시간)보다 적었다. 직권지정 감사인의 투입 시간은 2020년부터 감소하는 추세(2019년 2688시간, 2020년 1807시간, 2021년 1880시간)를 보였다. 지정제 확대로 지정기업 수가 증가해 평균적인 감사시간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지정감사인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20년에 전년 대비 19.64%, 2021년에는 13.45% 증가했다. 주기적 지정기업은 2020년과 2021년에 감사보수가 미지정 기업보다 높아졌으나, 감사시간은 더 적어 시간당 보수가 더 높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직권지정의 시간당 보수는 미지정, 주기적 지정보다 더 높았다. 미지정 기업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정' 아닌 '교체' 직전 품질만 높아지는 현상

감사품질은 어땠을까. 주기적 지정기업의 감사품질 향상은 지정 이후 기간보다는 지정 직전에 주로 나타났다. 지정 직전 연도인 2019년에 주기적 지적 대상 기업의 재량적 발생액은 0으로 2018년도의 0.016에 비해 감소했다. 주기적 지정이 예정되는 기업의 감사조정도 지정 직전 연도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직권지정 사유별 비교 분석 결과 재무 기준 위반에 따른 지정감사인의 감사품질이 더 높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기업 측은 "재량적 발생액이 '지정 직전 연도'에 감소했다며 '회계개혁 제도로 감사품질이 향상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지정 전'에 감사인이 교체될 가능성에 따라 변화된 것으로 '강제 지정'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결국 감사인 '지정'이 아닌 '교체'만으로도 달성될 수 있는 효과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회계학회도 한발 물러섰다. 회계학회는 "주기적 지정제 도입 이후 지정기업은 감사보수·감사시간 등이 증가했지만, 재량적 발생액과 감사조정 측면에서 감사품질이 향상됐다"고 주장하면서도 "2021년 기준 상장사 중 지정감사인(주기적 지정 및 직권지정)의 선임 비중이 50%를 넘어 지정감사인 선임으로 감사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감사인의 과도하고 불합리한 요청이 증가했다는 의견이 있는 데다, 감사인 선임 방식이 원칙적으로 자유 선임 방식임을 고려하면 50%를 넘는 지정감사 제도의 완화 필요성이 있다"라고 했다. 더불어 지정 감사인의 부적절한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회계학회는 금융위원회에 직접 주기적 지정제가 충분히 시행된 시점(한 사이클 종료 후)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을 재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기업 '폐지' vs 회계 업계 '기간 조정'

회계학회는 지정감사를 완화할 방법으로 ▲자유선임기간 조정 ▲지정기간 조정 ▲직권 지정사유 조정을 제시했다. 회계학회는 "자유수임기간 6~9년 사이에는 감사품질의 차이가 없으므로 자유선임기간이 현행 6년에서 9년으로 확대되더라도 회계투명성을 크게 저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주기적 지정제의 자유수임기간(현행 6년)을 9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권지정 차등 기간 실증분석 결과, 3년 지정 표본이 1년이나 2년 지정에 비해 감사품질이 가장 높게 나타나지는 않았으며 이에 따라 지정기간(현행 3년) 축소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측은 회계학회가 ▲자유선임 기간 확대(6년→9년) ▲지정기간 단축(3년→2년) ▲직권지정 사유 축소를 대안으로 제시한 근거 자체가 회계개혁 제도의 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강경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2본부장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독립적으로 감사 투명성 제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측정이 불가한데다, 사전에 지정제도의 효율은 분석됐지만 비용 분석은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 제도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서는 현행 6년(기업이 감사인 선임)+3년(지정제 적용)을 9년+3년으로 바꾸거나, 3~5년 후 제도를 재검토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도 "과도한 감사보수,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기업의 시간·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감사인 선임 기간을 기존 6년에서 10년으로 늘리거나 지정감사제를 현행 3년에서 그보다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원 대한상공회의소 팀장은 "감사인 지정제는 경쟁 유인을 약화시켜 감사인 능력을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면서 "감사인 지정제 대신 기업 내부 고발 강화, 감사위원회 강화 등으로 내부통제장치를 강화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이나 기업 감사를 실행하는 회계법인에서는 기업이 일차적으로 재무제표 작성 능력을 높이고 감사인과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세환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은 "각 기업의 재무제표 담당자가 일차적인 책임자이며 이를 다른 기관이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각 기업의 질의회신 업무는 신속 처리하는 것이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앞으로 답변할 때 판단의 근거, 논의 과정 등을 공개하고 여러 자료나 사례가 통합된 데이터베이스 행태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 비상장 기업 기준을 완화하고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기업의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인 만큼 부담 경감 방안을 2분기 이내에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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