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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창용 "연내 금리인하 기대 과도…언급할 단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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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1일 기준금리 연 3.5%로 동결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에 "너무 과도해"
"부동산 PF 위기 확대될 가능성 낮아"
"물가 3%로 내려갈 것…불확실성은 커"

[일문일답]이창용 "연내 금리인하 기대 과도…언급할 단계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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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중 5명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최근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는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11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중에서 시장의 기대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통화정책 기대가 선반영돼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연 3.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최종금리에 대해 금통위원 1명은 현재 3.5%로 동결하는 게 적정하다고 했고, 나머지 5명은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선 2분기부터 3%대로 떨어지는 등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국제유가와 공공요금 인상 때문에 불확실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선 "부동산 연체율 등을 과거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고, 국제적으로 봐도 금리가 올라간 것에 비해선 절대 높은 수준이 아니다"며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격차가 1.5%포인트 수준으로 유지돼 환율이나 자금유출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선 "환율의 수준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며 이젠 우리나라도 채권국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위기가 다시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문일답]이창용 "연내 금리인하 기대 과도…언급할 단계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래는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전망은.


▲지난 2월 금통위 때와 동일하게 이번 회의에서도 다섯분은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 열어둬야 한단 의견이었고, 한분은 3.5%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 다섯분이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한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이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와 폭 등으로 하반기 이후 물가 불확실성 크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미 금리격차가 1.5%포인트로 유지됐다. 최근 수출 부진 등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 때문에 환율 절하 기조가 이어질 거라고 하는데, 당연히 그렇다고 기대하는건 무리다. 무역수지 적자나 4월 배당금 지급 등은 이미 기대가 돼 반영됐을 거다. 무역수지도 환율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특히 SVB 사태 이후 주요국의 긴축 정책이 계속될지 아닐지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헤드라인 물가가 2분기부터 3%대로 떨어진다고 했는데 근원물가는 왜 더디게 떨어지고 있나. 또 근원물가 전망만 상향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 소비자물가가 (근원물가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지난해 많이 올랐던 에너지 가격이 올해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나라에 비해 국민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전기, 가스요금을 덜 올렸는데, 올해는 지난해 못 올린 부분이 반영되는 효과가 있어 전기, 가스 요금을 반영한 근원물가가 일반 소비자물가보다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거리두기가 끝난 후에 투자나 수출은 많이 떨어지지만 소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 물가가 다른 물가에 비해 둔화되는 속도가 느리다.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근원물가가 일반 소비자물가보다는 천천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연말에는 3% 수준으로 가지 않을까 기대한다.


올해 6월까지는 (물가 흐름이) 저희 예상대로 갈 것으로 믿는다. 2분기에는 물가상승률 앞자리가 '3'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반기도 내려갈 것으로 보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OPEC+의 감산으로 시장에선 유가가 더 올라갈 것으로 믿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SVB 사태 이후 전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향조정됐기 때문에 유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믿는 사람도 있다.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총재님은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안개' 때문에 계속 금리를 동결해야 하는 상황인가.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기존 불확실성 몇 개는 명확해진 반면, SVB 사태 등 새로운 불확실성이 많이 제기됐다. 아직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1.6%)이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한 이유는.


▲성장률 전망을 소폭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건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올해 1~2월 미국과 유럽 쪽에서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지 않냐는 기대가 있었는데 갑자기 SVB 사태로 찬물을 부었다. 전세계적으로 성장률 둔화가 예측되고 있다.


[일문일답]이창용 "연내 금리인하 기대 과도…언급할 단계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장에선 금리인상이 끝났다고 보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나.


▲금통위원 중에서 시장의 기대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가 경로가 우리 예상대로 가지 않으면 다시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분이 다섯분인데, 시장에선 올해 금리인하 기대가 많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통화정책 기대가 선반영돼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한은이 Fed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시작한 만큼 금리인하도 먼저 할 수 있지 않나.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는 좋지만 수입물가가 오르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데 현 상황에서 어느 쪽이 더 크다고 보시나. 또 무역수지 흐름을 고려하면 1300원대 환율은 위기의 환율이 아닌 적정 환율로 봐야 하나.


▲환율은 1300원이든 아니든 수준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변동성이 크면 대처해야 한다. 환율의 장단점은, 예전엔 환율이 절하되면 수출이 늘고 대신 물가는 올라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과거 생각했던 프레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자본시장에 주는 영향은 장단점이 있고 영향 받는 사람도 다르다. 특히 예전처럼 외채가 많으면 환율이 절상됐을 때 국가부도가 난다고 했지만 지금은 저희가 채권국이다. 환율이 변동하면 이익보는 사람도 있고, 손해 보는 사람도 있다.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경기와 금융시장 모두 불안해질 것이란 의견이 있다.


▲금리인상을 하게 되면 물가를 잡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물가를 잡는 과정에서)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다. 최근 미국을 보면 물가를 잡아야 함에도 금융안정에 문제 생기자 유동성을 공급하며 금융안정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채(한국전력 채권)가 최근 시중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지난해 같은 자금경색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에는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나면서 시장 전체가 경직됐고, 여기에 (한전채) 발행 물량도 더해지면서 시장에 주는 충격 컸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상태라서 한전채가 지난해만큼의 부담은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한전채가 계속 많이 발행되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전기요금을 어느정도 인상하면서 이 문제에 대응할 것으로 본다.


-최근 새마을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마을금고 뿐 아니라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많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 속도가 많이 둔화됐다.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지난해 볼 때보다는 커졌다. 저희가 금리를 동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줄었으면 한다. 부동산 연체율 등을 과거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고, 국제적으로 봐도 금리가 올라간 것에 비해선 절대 높은 수준이 아니다. 금융기관의 자본금이나 대손충당금도 감내할 수준이다. 한두개 금융기관이 어려움 가질 수 있는데 저희 역할은 이것이 전체 시장으로 번지는 걸 막는 것이다.


[일문일답]이창용 "연내 금리인하 기대 과도…언급할 단계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SVB 사태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하셨는데, 향후에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나라에 추가적으로 영향 미칠 수 있나.


▲이번 SVB 사태로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것은 물가안정 목표와 금융안정 목표의 상충 관계가 더 심화될 가능성 커졌다는 것이다. 또 전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도 그런 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저희는 직접적인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미국은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대출이 많고, 가지고 있는 증권이나 채권의 만기가 훨씬 길어서 이자율이 올라갈 때 자산가격이 떨어지는 정도가 크다. 우리나라는 변동금리 채권이 많고 채권 만기도 해외에 비해 짧기 때문에 금융중개기관보다는 최종소비자인 가계가 받는 충격이 더 크다. 또 이번 일로 인해서 디지털 뱅킹이 발전하면 감독이나 위기관리 대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많이 느끼게 됐다.


-반도체 분야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데 하반기에 반등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한은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 가격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반기에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반도체나 IT를 제외하고 보면 현 수준에서도 우리니라 성장률 전망이 1.9% 정도 된다. IT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늦게 회복되더라도 다른 성장률이 유지된다면 그것이 금리로 대응할 상황인지 시장도 판단해볼 문제다.


-최근 일본은행 총재가 바뀌었다. 새 총재가 '아베노믹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경제 정책이든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어제 기자회견 한 것처럼 일본의 임금인상이 자리를 잡아서 디플레이션레이션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현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것은 좋은 정책이라 생각한다. 현 상태에서 국제 금융시장에 안정적 영향을 줘서 우리에게도 바람직한 스탠스라고 생각한다


-이번 (금리동결) 결정에는 지난번보다 경기침체에 대한 고려가 컸다고 보면 되나. 아니면 새로 추가된 금융안정 우려가 더 큰 영향을 미쳤나.



▲기본적으로는 첫째는 물가안정, 둘째는 금융안정이다. 저희가 경기를 걱정하는 것은 경기가 나빠져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성장률이 1%대면 역사적으로 너무 낮지 않냐고 하는데, 경기변동에 따른 성장률과 중장기 성장률은 다르게 봐야 한다. 전 중장기적으로 1% 밑으로 내려갈까봐 걱정한다. 장기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구조조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은은 항상 물가를 먼저 본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가지고 장기 경제 성장률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국가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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