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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노담'에 유전도 아닌 데 폐암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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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물질, DNA 변이 없이도 폐암 유발
염증 촉발해 기존 돌연변이 세포 증식 초래

"담배도 안 피우고 가족력도 없는데 왜 폐암에 걸리나?" 과학자들이 이같은 의문에 답을 내놨다. 대기 오염 물질이 유전자(DNA) 변이 없이도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식'처럼 정상 세포의 DNA를 변이시켜 암 세포로 만드는게 아니라 염증을 촉발해 자연 발생 돌연변이 세포를 증식시켜 암이 된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암은 보통 유전적 요인이나 발암 물질에 의해 인체 내 세포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이같은 '상식'을 뒤집는 결과다. 폐암처럼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다른 암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고, 앞으로 예방법을 마련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레나 닉자이날 케임브리지대 의학유전학자는 네이처에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DNA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도 암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모든 발암물질이 유전자 변이를 촉발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과학을읽다]"'노담'에 유전도 아닌 데 폐암이라고?" ▲폐암.[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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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25만명이 넘는 폐암 사망자들을 포함해 수백만명을 희생시킨다. 그러나 대기오염이 흡연이나 자외선 등 다른 유발 요인들과 달리 어떻게 폐암을 촉발하는지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영국, 캐나다, 한국, 대만 등의 환경ㆍ역학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특히 흡연으로 인한 폐암 사망자를 걸러내기 위해 EGFR 유전자 변이 존재 여부에 주목했다. 폐암 환자 중 흡연자보다 비흡연자에게서 보다 흔하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결과 연구팀은 EGFR 유전자 변이를 가진 폐암 환자들은 미세 대기 오염 물질에 노출됐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꽃가루 알갱이 크기 10분의1 미만인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내인 아주 작은 오염 물질들이다. 흔히 자동차 등 내연 기관 엔진, 석탄 화력 발전, 장작불 등에 의해 배출된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생쥐에게 EGFR 변이를 유발시킨 후 이같은 입자에 노출시키자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폐암 발생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같은 높은 폐암 발생률에도 불구하고 생쥐의 폐 세포에서 유전자 변이 증가가 관찰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대기오염 입자 노출 후 몇 주 동안 지속적인 염증 반응의 징후가 나타났다. 생쥐의 폐로 모여든 면역 세포들이 'IL-1β'라는 이름의 염증 촉진 단백질을 발현시켰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이 IL-1β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체를 투여하자 생쥐들의 폐암 발생도 감소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대기오염 물질이 정상 세포의 유전자 변이를 촉발하기 보다는 노화 과정에서 축적된 폐 속 기존 돌연변이 세포들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앨런 발메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암이 발생하는 주요 매커니즘은 새로운 세포 유전자 변이 촉발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기존 돌연변이 세포들이 종양으로 자라려면 만성화된 지속적인 염증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선행 연구에서도 암 유발 변이 세포들이 건강한 조직에서도 종종 발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었다. EGFR 변이의 경우 정상 폐 세포에서 약 60만개 당 1개 꼴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결국 대기 오염 물질로 인해 생긴 염증이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 종양으로 변해 증식하면서 폐암을 유발하는 것이다. 또 캘리포니아대 연구팀도 2020년 20종의 발암 또는 의심 물질을 생쥐에게 투여했더니 대부분이 DNA 변이 수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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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기존 돌연변이 세포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가 폐암 예방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악성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되는 이들에게 모두 IL-1β 단백질 차단제와 같은 약물을 투입할 수도 없다.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투약에 따른 원치 않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몸 속 염증을 줄일 수 있는 식이요법이 비교적 현실적이고 간단한 예방책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발메인 교수는 "악성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선의 식단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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