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최저신용자의 방주]①"서민대출 받으려고 강남 갑니다"…'햇살론' 예약 별따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3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2금융권에서도 대출 못받는 최저신용자들
햇살론 등 정책금융에 대거 몰려 대출 급증

소액생계비대출 때문에 햇살론까지 예약 힘들어
부유한 동네는 예약 여유있어 강남으로 원정

[최저신용자의 방주]①"서민대출 받으려고 강남 갑니다"…'햇살론' 예약 별따기 23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최대 100만원까지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는 소액생계비 대출 상품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AD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 예약이 하도 많아서 햇살론15 상담할 사람들은 예약 장소 잡기도 힘들어요. 서민금융진흥원에 전화해보니 부유한 동네는 예약이 좀 널널해서 강남까지 내려가 보려고요. 당장 돈 막아야 할 곳이 있는데 급한 불부터 끄려면 700만원 정도가 필요하거든요. 마음이 급합니다."(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30대 회사원)


사채시장으로 빠지지 않으려는 최저신용자들이 정부가 만든 '방주'에 너도나도 올라타고 있다. 1인당 최대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사전 예약 첫날에 6200명이 몰린 게 다가 아니다. 개인신용 평점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최저신용자들이 사채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도록 돈을 빌려주는 햇살론15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경기둔화와 금리상승으로 최저신용자들의 자금 사정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햇살론15 대출액 '1900억원 → 6500억원' 급등
[최저신용자의 방주]①"서민대출 받으려고 강남 갑니다"…'햇살론' 예약 별따기

7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햇살론15 대출 규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햇살론15 신규 대출액은 652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1915억원)보다 240%나 급증했다. 2분기(1901억원)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3분기(3967억)부터 갑자기 뛰기 시작하더니 연말에 또 한 번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작년 한 해만 총 1조4304억원의 규모의 대출이 이뤄졌다.


최저신용자들이 이렇게 서민금융상품에 몰린 이유는 뭘까.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 폭은 과거 금리인상기 때보다도 훨씬 높았다. 신규대출액 기준 금리 인상 폭은 2.79%포인트였는데, 기준금리 인상 폭(2.75%)의 105%에 달했다. 2000년 이후 앞서 있었던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기에 평균 54.5%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엔 두 배 가까이 높았던 셈이다.


대출금리가 크게 뛰면서 저신용자들의 경우 기존 대출 연체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됐다. 한국은행은 주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의 가계대출 연체율(작년 4분기 기준)은 각각 4.7%, 2.4%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2금융권 연체율은 은행(0.2%)보다 높은데다 앞으로도 빠르게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여기다 법정최금리가 20%로 제한돼 있어 최저신용자들은 사채시장 말곤 돈 빌릴 길이 없어지자 정책금융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부에서 돈을 빌린다고 다 갚는 건 아니다. 못 갚아서 세금으로 대신 갚아주는 비율도 높다. 대출자가 제때 상환을 못 하면 서민금융진흥원은 은행에 보증비율만큼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를 해준다. 햇살론15의 누적 보증공급액 대비 대위변제금은 지난해 평균 16%였다. 직전에 11%에 비해서 눈에 띄게 증가한 수준이다.

[최저신용자의 방주]①"서민대출 받으려고 강남 갑니다"…'햇살론' 예약 별따기

'금리 15.9%' 정말 높은 걸까
[최저신용자의 방주]①"서민대출 받으려고 강남 갑니다"…'햇살론' 예약 별따기

햇살론15는 대출금리가 15.9%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 햇살론15를 소액생계비대출과 함께 '고금리 대안 대출'로 분류한다. 소액생계비대출 금리도 15.9%다. 일각에선 "금리가 사채업자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최저신용자들에게 리스크를 감내하고 세금 혹은 기부금으로 돈을 빌려줘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은 다르다.


유재훈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은 "대부금융협회 추정 평균 금리가 414%"라며 "대부업체로 빠지는 걸 막기 위한 서민금융제도 금리가 15.9%이고, 이 금리를 매기는 건 최저신용자들이 대출을 갚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소액생계비 대출의 경우 최초 50만원을 대출받을 경우 월 6416원 수준이다. 매달 갚으면 6개월 후엔 3916원까지 내려간다. 햇살론15도 원리금을 잘 갚으면 3년 만기 선택 시 1년마다 3%포인트씩, 5년 만기일 때는 1년마다 1.5%포인트씩 대출금리를 내려준다.


햇살론15나 소액생계비대출 같은 '최저신용자의 방주'는 일시적으로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대위변제율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아래여야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금융상품마저도 신용도를 따지게 될 거고, 2금융권에서 돈을 못 빌리는 사람들을 지금 같은 규모로 흡수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김성주 의원은 "햇살론15 대출 공급액이 크게 늘면서 앞으로 대위변제금액도 덩달아 증가하게 될 확률이 높다"며 "성실하게 상환할 때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해 정책금융 제도를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