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다중채무자 눈에 띄게 증가
정책금융에 손 벌리는 청년들
소액생계비대출 중 35%가 30대 이하
개인병원에서 2년 반 동안 사무직으로 근무했던 박소라씨(32)는 작년 12월 실업급여마저 끊겼다. 하지만 지금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주말·공휴일까지 근무하고 잡일도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관뒀었는데 재취업하기가 어렵네요. 그동안 생활비는 대출해서 쓰는 바람에 빚만 늘고 친구가 이야기해준 대로 정부 지원 대출을 알아보는 중이에요."
다중채무자 30대 이하 유독 증가
10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 연령별 가계대출 비중'에 따르면 다중채무자 중 30대 이하 비중만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작년 4분기 기준 다중채무자 중 30대 이하 비중은 27%(대출액 157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2021년 1분기 25.1%(142조5000억원)보다 2%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는 33.2%(188조9000억원)에서 32.9%(192억1000억원)로, 50대는 29.3%(166조4000억원)에서 27.4%(160조1000억원)로 비중이 줄었다. 60대 이상은 12.4%(70조4000억원)에서 12.7%(74조2000억원)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중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30대 이하 다중채무자 증가는 곧 취약차주가 손을 내미는 정책금융상품에도 30대 이하 청년층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액생계비대출 30대 이하 비중 제일 높아
소액생계비대출 현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 받은 사전예약신청 접수 건수는 지난달 22~24일 총 2만5399건에 달한다. 이중 웹과 앱을 통해 접수된 1만7269건은 연령대를 기록하게 돼 있는데 30대 이하 비중이 6068건으로 35.2%에 달했다. 40대가 31.1%(5379건), 50대는 22%(3792건)로 그 뒤를 이었다.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자의 평균 대출금액은 64만원이다.
서민금융진흥원 측은 "소액생계비 대출자 중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데 인터넷 강의 결제비용이 없어서 학업비 증빙서류로 소액생계비 100만원 대출을 신청한 청년이 있었다"며 "한부모가정에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고, 본인은 취준생이라 월 소득이 없어 카드 현금서비스, 리볼빙을 사용하면서 높은 이자율 탓에 연체까지 발생했지만,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 채무조정 상담 신청 연계를 진행했다"고 사례를 전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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