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트럼프 관세, 우리 성장률 1.1%P 깎을수도
②성장률 지탱하던 반도체 수출 피크아웃 우려
③기대했던 내수경기 개선 둔화 가능성
한국은행이 28일 우리 경제전망에 대한 수정치를 발표하는 가운데 내년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강도에 따라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하락할 수 있고, 올해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반도체의 성장 둔화와 불안한 내수경기 역시 전망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전망 오차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한은의 고민이 어느때보다 깊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관세정책, 최악의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 1.1%포인트 하락
내년 우리 경제전망의 최대 변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이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트럼프 관세정책 강도에 따라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발발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은 물론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강제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내려간다.
트럼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본인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내년 1월20일 취임 당일에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전망의 현실화 가능성은 올라갔다. 현대경제연구소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지속되고 세계 모든 국가가 관세 전쟁에 뛰어드는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1.1%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한국의 수출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수출 감소는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보편관세가 우리나라에 부과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은 최소 222억달러에서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약 0.1~0.2%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추정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전망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은 미국의 통상정책"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내년 1월 임기가 시작되면 관세 인상 등 다양한 무역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공약이 얼마나 실현될지가 가장 불확실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불확실성 역시 경제전망에 큰 변수
올해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한 것은 수출이며 그중에서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이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다만 수출 증가세가 최근 주춤하면서 반도체 고점론이 대두됐다. 한은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0.5%를 크게 밑도는 0.1%에 그쳤는데 이는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수치)이 경제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주력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 원인이다.
반도체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은 내년에도 수출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레거시(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은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둔화세로 접어들면서 수출 성장세 둔화가 내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반도체 수출 경기에 따라 내년 1%대 성장률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내수경기 개선 둔화 가능성도 불확실성 요인
내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점도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1.9% 감소해 2022년 2분기(-0.2%) 이후 2년 반 동안 감소세를 보인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장기간이다.
정부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되풀이했던 것과 달리 최근 11월호에서는 해당 표현을 철회했다. 기획재정부는 내수에 대한 판단이 전월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을 반영해 표현이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정책은 물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필요한데 한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경기전망을 어렵게 한다. 최근 들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긴 데다 가계부채 우려까지 커지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정 실장은 "한은의 금리 인하 여부가 내년 경제전망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하가 지속된다면 내수 경기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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