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청 게시판에 가족 호소글
"업무 과다로 정신적 압박받아"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강원 강릉시청 신규 공무원의 가족이 자녀의 업무 과다를 호소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강릉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사회복지직 신입 공무원인 가족이 XX 충동을 느낀다'는 내용의 민원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작성자는 해당 글에서 "취업에 성공해 가족들 모두 기뻐하기도 잠시 몇 달째 매일 평일에는 밤 11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빠짐없이 출근한다"며 "워라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염전 노예 수준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가족이 업무 과다로 정신적인 압박을 받고 있으니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고, 병원에 데려가 정신과 상담을 받을 예정"이라고 호소했다.
또 작성자는 "업무가 과다하면 줄이거나 직원을 더 뽑아야 하고, 뽑을 여유가 없다면 업무를 줄여야 한다"며 "왜 직원을 혹사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입사원이 매일 야근하고 주말 출근을 하면 일이 조금 부족해도 기운 나게 북돋아 줘야 하는데 직장 상사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도 받고 있다"며 "직원들의 환경에 대한 개선과 과도한 업무로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릉시 측은 "사회복지직 직원에 대한 여러 가지 말 못 했던 고민과 고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며 "아직은 적응이 필요한 신규 공무원이기에 부서에서 직원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공무원 인기는 옛말…현직 45% "기회 되면 이직"
한편 한때 100대 1에 달할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던 공무원의 인기는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 경쟁 채용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31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1월 9~11일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5326명 선발에 총 12만1526명이 지원해 22.8: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2년의 19.3대 1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다.
또 공무원에 합격하더라도 이직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는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중앙부처 및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은 45.2%였다.
2021년 실태조사에서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공무원이 33.5%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직 의향 비율은 불과 1년 만에 11.7%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이직을 고민하게 된 배경에는 낮은 연봉, 늘어나는 민원인, 경직된 조직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언급된다.
특히 젊은층의 공무원 퇴사 행렬은 더욱 거세다. 20대 공무원 퇴직자는 2021년 3179명으로, 2017년(1618명)에 비해 2배 증가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세미나 발제문에서 "공직의 난이도는 높아지고 사회적 지위는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가장 큰 메리트였던 공무원 연금체계의 개편은 공무원 사기 저하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