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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미래]한봉호 교수 "한강은 도시민의 치유 공간…큰 고니 날아다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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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올림픽공원서 만난 한봉호 교수
"한강은 자연…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
"관광자원화는 있는 것 잘 보존·감상하는 것"

[서울의미래]한봉호 교수 "한강은 도시민의 치유 공간…큰 고니 날아다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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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는 늦게 틘다 해서 느티나무에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푸릇푸릇 이파리가 나오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아직 이파리 하나 보이지 않는 느티나무를 보곤 이렇게 설명했다. 한 교수는 껍질이 벗겨진 버즘나무를 가리키면서 "버즘나무는 생명력이 엄청 강해서 가로수로 심는다"며 "유럽은 도시의 그늘이 필요해서 이 나무를 아주 중요하게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국 나무가 아니다 보니 천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무의미하게 지나쳤을 나무 하나하나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그의 목소리에서 활기가 넘쳤다. 한 교수가 바라보는 한강의 의미와 미래를 들었다.


다음은 한 교수와의 일문일답.


[서울의미래]한봉호 교수 "한강은 도시민의 치유 공간…큰 고니 날아다녔으면" 한봉호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서울 올림픽공원 플라타너스 나무 앞에 서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서울 도심 속 한강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서울에 있는 한강은 41.5㎞다. 그런데 한강에 내려오는 물을 생각해보면 서울 한강만 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우리 한반도 중부지방에 있는 모든 물과 관계가 있다. 서울만 들여다보지 말고 우리 한반도 국토의 중심에 있는 하나의 자연이라고 넓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이란 점에서 깊게 들어가 보자. 자연에는 생명이 있다. 한강에 생명이 없다면 ‘강’이라는 이름이 붙을 이유가 없다.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전제로 한강은 그냥 하수 처리장이나 수로가 아니라 강인 것이다. 그리고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생명 중에는 인간이라는 생명도 있다. 1000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데, 시민들은 한강이라는 자연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휴양의 공간, 치유의 공간으로 보고 있다. 자연이 없다면 도시에 생활하는 시민들의 휴양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에 있는 한강을 올바르게 바라보려면 도시 속에서 인간이 자연인 한강을 어떻게 더 잘 즐기고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생태학적으로도 한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서울 한강에서 보이는 동·식물 종에 대해 소개해달라.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동물은 수달이다. 수달이 예전에는 없었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는 옛날에 인공 콘크리트로 돼 있던 것들을 허물고 자연을 만들어주면서 수달들이 한강 중간중간 거점을 거치면서 숨을 공간이 생긴 것이다. 지금 수달은 밤섬에도 와있고 난지 생태공원에서도 관찰된다. 고라니도 한강에서 볼 수 있다. 고라니는 영어로 명명하면 워터디어(water deer), 말 그대로 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슴이라는 것이다. 암사동 습지에도 있고 탄천, 중랑천, 강서습지 생태공원, 난지 습지에도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고라니는 대개 농작물에 위해를 가하는 동물로 여겨지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 멸종위기 동물이기도 하다. 고라니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만주 인근 지역에만 서식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고라니가 이동성이 엄청 강해서 잘 뛰어다닌다는 건데 한강 하류를 거쳐 도심 한강에까지 오게 된다면 올림픽대로나 이런 곳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중심 한강까지 왔으면 좋겠다가도 고라니들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있다.


[서울의미래]한봉호 교수 "한강은 도시민의 치유 공간…큰 고니 날아다녔으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에 수달과 고라니라니 흥미롭다. 이전에는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엔 보기 어려운 동식물종도 있을 것 같은데.

▲큰 고니, 즉 하얀 큰 백조가 서울 한강에는 없다. 그런데 하남에 있는 한강에는 있다. 팔당댐 아래쪽에는 1년에 300~400마리 정도가 겨울에 날아온다. 그런데 이 새들이 엄청 민감하다. 사람이 접근하면 반경 150~200m까지 거리를 둔다. 그 안에 우리가 들어가면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덩치 큰 새들은 나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이 날면 에너지가 떨어지고 결국은 번식지로 돌아가도 알을 못 낳게 된다. 한강 종합개발 이후로는 고니가 잘 내려오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하류에 가면 쇠기러기와 큰기러기가 있는데 이 새들도 서울 한강에 못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새들은 크기도 하고 잘 보여 시민들도 좋아할 만하다. 고니가 날아다니는 한강이 되면 좋겠다. 새 말고도 고래 종류 중 상괭이라는 물고기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뚝섬과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 상괭이로 추정되는 고래가 관찰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시대 왕의 진상에 올라갔다던 웅어와 황복, 그리고 야생고양이인 삵도 서울 중심 한강에서 요즘 보이지 않는 동물 중 하나다.


-한강 생태교란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최근 한강에서 문제가 되는 동식물이 있다면.

▲가시박을 꼽고 싶다. 종류는 박 종류인데 종자와 줄기에 가시가 있는 덩굴성 식물이다. 한강에 원래 없었는데 상류에 외래종으로 들어와서 비가 오면 아래로 떠내려가면서 번성하고 있다. 덩굴성 식물이다 보니 나무를 타고 자라면서 나무가 광합성을 할 수 없어지면서 그 나무가 죽는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식물들도 죽게 되면서 생물 종 다양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강 고유의 생산자인 식물이 사라지면 이와 관련된 먹이사슬 단계에 있는 나머지 동물들도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또 물 안에 사는 붉은귀거북이와 같이 애완용으로 들여왔다가 방생하거나 잘못해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동물들은 포식자 지위에 있어 물고기 새끼들을 다 잡아먹는다. 이 동물들의 특성이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동물들은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종들로 볼 수 있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한강 스폿이 있다면.

▲한강 최상류, 하남시와 경계가 되는 지역이 보호 지역이고 생태공원도 두 군데가 있다. 하류로 내려가면 강서 습지와 난지 한강 하류 쪽에 생태계를 복원하고 보호를 하고 있다. 또 밤섬, 여의도 샛강은 확실한 보호지역이다. 조금 더 얘기해보자면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뚝섬 중간에 저자도가 있다. 겨울철만 되면 겨울 철새들이 이 지역에 앉아있다. 한강 물과 중랑천 두 물이 만나니까 이곳은 유속이 떨어진다. 그곳에 있는 다리가 동호대교인데 풀이를 하면 한강의 동쪽에 있는 호수 같은 곳이다. 그만큼 유속이 없다는 것이다. 유속이 약하다 보니 새들이 쉬는 곳이 돼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이 된 것이다.


또 한 곳을 말하자면 노들섬이다. 노들섬은 남쪽엔 시민들을 위한 공간, 북쪽은 숲으로 남아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전에 시장으로 있을 당시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려고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게 이 지역에 사는 맹꽁이였다. 맹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보호종인데 이를 조사하지 않고 무조건 개발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집단 반발이 심했다. 이후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는데 이때도 문제가 많았다. 맹꽁이를 집단 이주시키자고 했는데 산다는 보장이 있는지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옮기더라도 1㎞ 반경 이상 벗어나면 안 된다고 해서 노들섬 북쪽에 미리 서식처를 만들었다. 맹꽁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게 옮기기 위해 맹꽁이가 관찰되면 그 주변의 흙을 한꺼번에 퍼서 맹꽁이가 옮겨진 지도 모르도록 한 마리씩 넘겼다. 지금 그 지역은 맹꽁이가 안정을 찾고 정착할 때까지 통제하기로 돼 있는데, 지금은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났다.


[서울의미래]한봉호 교수 "한강은 도시민의 치유 공간…큰 고니 날아다녔으면" 한봉호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한강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관광 명소로 찾는 곳이다. 그러나 관광 명소로 활용할 때 필연적으로 생태 환경을 무너뜨린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광 자원으로서 한강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바람직할까.

▲관광이라는 것은 그 대상이 있는 것이다. 문화재로 얘기해보면 경복궁 관람을 위해 지붕을 올라가서 관람하지 않는다. 한강이 관광자원이라면 이를 잘 보존하고 그 옆에서 감상하는 것이 관광이다. 지금까지의 관광자원화는 그 이미지를 가지고 개발을 하려고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강에 직접 손을 대며 포크레인이 들어와 파헤치고 자연을 훼손시키는 구조물이 많이 들어왔다. 관광자원화가 개발의 수단이 돼버렸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의 한강 정책을 평가하자면.

▲최근의 정책은 시민들이 자연을 어떻게 즐기게 할 것인가로 방향이 조금씩은 바뀌어 나가고 있다. 지금도 개발 계획이 일부 있지만 주목할 지점은 한강의 보호지역을 더 확대해야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가령, 오 시장이 생태 경관 보전 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사례가 있다. '그레이트 선셋(Great Sunset) 한강프로젝트' 이름에도 자연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자연현상인 선셋이 프로젝트 이름에 들어갔다는 것은 한강에 오면 해가 지는 모습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한강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모습을 시민들에게도 제공하고 관광용으로 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어디에서 한강의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볼 때 가장 아름다운지를 파악해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면 한강의 관광자원화가 가능할 것이다.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정책 발표가 즉흥적이라는 점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꾸준히 가야 할 정책인데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 위주로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환경의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전문가들의 판단이 반영돼 계획이 짜이는 것이 아니라 이벤트성으로 정책 발표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항 조성 사업'의 경우 장기적 프로세스를 갖고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한강은 수로로 사용돼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무작정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고려하면서 배가 이동하는 경로를 조절해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한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강을 자연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생명이 살아가고 있는 자연이라는 것에 가치관을 둔다면 가장 좋을 것 같다. 한강은 아름답게, 개발은 그 인근에 이 밸런스를 잘 맞추면 좋지 않을까. 또 한 가지 바람은 시민들의 한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강변 도로를 없앴으면 하는 것이다. 강변북로를 예로 들자면 현재는 도로 때문에 시민들이 한강으로 가기 위해 지하터널로 들어가야 한다. 한강을 관광자원화하고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강변북로 일부만 남겨놓는 등 차량보다 시민이 중심되는 한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누구? 한 교수는 2013년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서울시 야생생물 보호 세부 계획 수립 학술용역(2020), 고덕동 생태경관보전지역 정밀변화관찰 연구(2021) 등 서울시와 관련한 여러 연구에 참여한 환경생태 전문가다. 지난해부터는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와 국토부 통합평가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조경학과에서는 2003년 3월부터 재직하고 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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