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28일(현지시간) 은행권 위기 우려가 다소 완화한 가운데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금융 규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당국자들의 발언이 쏟아진 것도 오후장 거래가 위축되는 배경이 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7.83포인트(0.12%) 떨어진 3만2394.2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6.26포인트(0.16%) 낮은 3971.2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2.76포인트(0.45%) 하락한 1만1716.08에 장을 마감했다.
업종별로 S&P500에서 통신, 기술, 부동산, 헬스케어 관련 주가 하락세를 보인 반면, 에너지, 산업, 소재 관련주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종목별로는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의 약세가 확인된다. 구글 알파벳은 전장 대비 1.4%, 메타는 1.06% 내려앉았다. 대표 반도체주인 퀄컴, AMD 등도 2% 안팎의 낙폭을 기록했다. 테슬라는 미 교통당국이 안전벨트가 느슨해지는 결함과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1.3%이상 미끄러졌다.
이밖에 중국 알리바바는 6개 사업그룹으로 분할한다는 구조개편 발표에 14% 이상 올랐다. 향후 6개 독립그룹은 각각 최고경영자(CEO) 책임제 하에 독자적인 자금조달, 기업공개(IPO) 등도 추진하게 된다. 은행권 우려 완화로 상승흐름을 이어가던 은행주의 경우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당국자들이 더 강한 금융규제 필요성을 시사한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제 2의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 지목돼온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하락 전환해 2.32% 밀린 수준에 거래를 마쳤다. SPDR S&P지역은행 ETF는 약보합 마감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국채금리 움직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 등을 주시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오후장 거래량은 30일 평균 거래량을 훨씬 밑돈 것으로 파악된다. 인베스코의 브라이안 레비트 글로벌시장전략가는 "이틀 연속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장은 에너지, 산업재 등 덜 민감한 부문이 주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제매체 CNBC는 "2년물 국채금리가 4%이상으로 올라가면서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가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4.08%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3.56%선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주에는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줄 일정들도 대거 남아있다. 미 상원에 이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다음날 최근 SVB 파산 사태 이후 확산한 은행권 위기 등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마이클 바 Fed 금융감독 부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SVB 파산 배경으로 경영진의 관리 부실을 꼽은 후 "자본과 유동성 규제 강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주에는 리사 쿡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등 Fed 당국자들의 연설도 예정돼있다. 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 미국의 작년 4분기 성장률 확정치 등 경제 지표도 공개된다. 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7%, 전월 대비 0.4%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시장 분위기는 금리 동결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전망으로 나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5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56%이상 반영하고 있다. 베이비스텝 전망은 43.2%다. 또한 선물시장은 오는 7월 또는 9월부터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베팅하고 있다.
이에 대해 JP모건의 휴 짐버 전략가는 "시장의 동결전망은 옳다"면서도 연내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상당한 경제 충격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그었다. 웨이 리 수석투자전략가를 비롯한 블랙록 투자연구소(BII) 전략가들은 주간 고객 노트를 통해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블랙록 전략가들은 "그들(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경기침체를 야기하고 있고, 이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춘다"면서 "싸움은 약화됐지만 금리 인하는 여전히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모기지 금리인상 부담으로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날 공개된 1월 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 하락해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년 대비 기준으로도 3.8% 올라 전월 상승폭(5.6%)보다 둔화했다.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4%이상 낮은 102.4선에서 움직였다.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2주 만에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9센트(0.54%) 오른 배럴당 73.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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