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묶인 채 땅속서 73년을…한국전쟁 학살 유해 무더기 발굴

아산서 유해 40구 발견
손목엔 '삐삐선' 감겨

충남 아산시에서 73년 전 한국전쟁 당시 학살당한 뒤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무더기로 발굴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일대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혐의 희생 사건' 유해 40구가량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군용전화선 '삐삐선'이 감긴 채 발견된 한국전쟁 아산 민간인 희생자 유해 [사진제공=진실화해위원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해당 사건은 1950년 9~11월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 등이 지역 주민들을 인민군을 도와준 혐의로 몰아 성재산 방공호 등 일대에서 집단학살한 사건이다.

유해 발굴은 지난 7일부터 이뤄졌으며 현장 공개는 한국전쟁 당시 생생한 집단학살 상황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국가기관이 한국전쟁 당시 부역 혐의로 희생된 사건의 유해 발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발굴에선 최소 40구의 유해가 확인됐다. 유해는 폭 3ｍ·길이 14ｍ의 방공호를 따라 빽빽하게 매장돼있었다. 발견된 유해의 대부분은 20대 후반∼40대 초반의 건장한 남성으로 추정됐다.

사진은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방공호에서 발견된 유해들. [사진제공=진실화해위원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히 상당수 유해는 무릎이 굽혀진 채 발견됐다. 유해 머리 위로는 녹슨 탄피가 얹혀 있었고, 일부 유해들의 손목뼈에는 군용전화선인 '삐삐선'이 감겨 있었다.

또 발굴 현장에서는 학살 도구로 추정되는 소총과 탄피 57개, 소총 탄두 3개, 카빈 탄피 15개, 일본군이 사용한 99식 소총 탄피 등이 발견됐다. 유품으로는 단추 다수와 벨트 9개, 신발 39개 등이 확인됐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들은 세척 등의 작업을 통해 4월 중순까지 수습될 예정이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오는 4월 중순까지 성재산 일대의 유해 발굴·수습을 마친 뒤 백암리 일대에서 발굴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