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고조된 은행권 시스템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작년 3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금리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이후 9연속 인상이다. 한국과의 기준금리 역전폭은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Fed는 22일(현지시간) 열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5~4.75%에서 4.75~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SVB발 은행 리스크의 배경으로 Fed의 급격한 긴축이 손꼽히면서 금리 동결 전망까지 제기됐지만, 일단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안에 무게를 둔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회담을 앞두고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노동시장 등에 대한 데이터가 예상보다 더 강력했기에 금리 인상을 이어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금리를) 더 높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면서 물가 목표치 2% 달성을 위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베이비스텝은 FOMC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올해 말까지 금리를 5.1%(중앙값)로 올리겠다는 점도표 상 정책 경로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작년 12월 FOMC 당시 점도표와 동일한 수준이다. 사실상 한 번의 금리인상 이후 사이클이 끝날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이다. 3월 FOMC 정책결정문에 '지속적인 금리인상(ongoing increase)이 적절하다'는 문구가 삭제되고, 대신 '추가적인 정책 확인(policy firming)'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추가된 것 역시 이러한 전망에 힘을 더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시장이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SVB발 사태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마자 은행리스크 문제부터 언급한 파월 의장은 "SVB 파산은 예외적 사례"라며 "미국 은행시스템 전반에 걸친 리스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계, 기업의 신용환경을 더 긴축적으로 만들고 경제적 여파로 이어질 것"이라며 "잠재적 신용경색도 살피고 있다"고 확산 가능성도 경계했다. 이어 "이러한 여파의 범위를 알기엔 너무 이르다"며 상황에 따라 정책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Fed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과의 금리 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금리는 2000년 5~10월(1.5%포인트) 이후 22년여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됐다. 외국인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 우려로 인해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마감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파월 의장에 이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모든 은행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6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60% 내려앉았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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