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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 빨강 봄꽃과 소설 속 그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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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으로 떠나는 문학기행
선혈 가득한 천관산 동백림
소설 속 배경 선학동 유채밭

봄날 전남 장흥땅은 문학의 향기로 가득합니다. 바닷가 작은 마을 선학동 언덕에 활짝 핀 유채꽃에서도 천관산 동백숲 탐방로에도 봄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다. 천관산과 득량만을 비롯한 장흥의 산과 바다는 문학인들의 거출한 작품 속 생생한 배경입니다. 그래서인지 장흥을 여행하다 보면 소설의 한 장면이 펼쳐질 것만 같고 어디선가 주인공이 나타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봄날 문학탐방로를 따라 사람이 풍경이 되고 이야기가 되는 작품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 빨강 봄꽃과 소설 속 그 길을 걷다 4월이면 선학동마을엔 노랑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이 길을 따라 이청준의 소설 속 풍경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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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이 낳은 문인 중에서 고향의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낸 작가가 고(故) 이청준(1939~2008)이다. 송기숙 소설 '녹두장군', 한승원의 '포구', 이승우 '샘섬' 등 장흥 출신 작가가 장흥을 배경으로 쓴 작품도 많다. 그러나 이청준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현대 소설사를 빛낸 가장 지성적인 작가의 한사람으로 그를 꼽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표작 '눈길'은 물론이고 '축제' '선학동 나그네' 등 20편이 넘는 작품이 고향 땅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임권택 감독이 이청준 소설 여러 편을 영화로 제작했는데 그중 '축제'와 '천년학(원작 선학동 나그네)'이 장흥에서 촬영됐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 빨강 봄꽃과 소설 속 그 길을 걷다 진목마을에 있는 이청준 생가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 빨강 봄꽃과 소설 속 그 길을 걷다 생가에 전시된 이청준 작품들

발길이 가장 먼저 닫는 곳은 진목마을의 이청준 생가다. 장흥읍에서 천관산 방면으로 가다보면 회진면 진목리에 닿는다. 그곳에 선생의 숨결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생가가 있다. 아담한 마을의 좁은 골목을 따라 생가에 들어서면 유물과 사진이 다소곳하게 놓여 있는 방과 장독대가 있는 마당이 여행자를 맞는다.


생가를 나서면 '정남진 문학탐방길' 1코스 ‘눈길’이다. 마을에서 옛 고갯길을 지나 대덕읍 연지삼거리(4.6㎞)에 이르는 오솔길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대소설로 꼽히는 '눈길'이 태어난 곳이다. '눈길'은 이청준이 고향집이 빚쟁이의 손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갔던 참담한 기억을 그린 작품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광주에서 유학 중이던 이청준은 고향집이 남의 손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향에 내려간 그는 어머니와 함께 남의 집이 된 옛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온다. 그 밤의 기억이 소설 '눈길'의 줄거리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 빨강 봄꽃과 소설 속 그 길을 걷다 선학동 마을의 유채밭

어머니는 아들이 온다는 소식에 집주인에게 사정해 옛집에 아들을 재운다. 모자는 이튿날 새벽 시외버스 정거장이 있는 삼거리까지 걸어서 간다. 마침 눈이 내린 새벽이었다. 길에는 모자의 발자국만 찍힌다. 아들을 태운 버스가 떠나고 혼자 남은 어머니는 그 길을 다시 걸어서 돌아간다.


문학탐방길 2코스의 이름은 '문학길'로 삼거리에서 3.5㎞ 떨어진 천관산 문학공원까지 이어진다. 삼거리에서 회진포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선학동이다. 이 작가는 소설에서 "포구에 물이 차오르면 관음봉은 그래 한 마리 학으로 물 위를 떠돌았다. 선학동은 날아오르는 학의 품 안에 안긴 마을인 셈이었다. 동네 이름이 선학동이라 불리게 된 연유였다"라고 썼다. 선학동은 소설 속 지명인데, 실제 배경인 산저마을이 영화 촬영 후 선학동마을로 이름을 바꿨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수종ㆍ하희라 부부가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이기도 하다. 4월부터 5월 초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선학동 중턱에서 보면 출렁이는 득량만이 드넓게 펼쳐진다. 포구에는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하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 양철지붕이 그 시간들을 추억하고 있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 빨강 봄꽃과 소설 속 그 길을 걷다 천관산 동백림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백꽃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 빨강 봄꽃과 소설 속 그 길을 걷다 툭툭 떨어진 붉은 동백이 운치를 더한다

선학동을 나와 천관산 문학공원으로 간다. 붉은 봄날의 장흥을 만드는 곳이다. 지리산, 내장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천관산에는 20만 ㎡에 이르는 동백숲이 있다. 우리나라 최대 천연 동백 군락지며,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 관리된다.


천관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임도를 따라가면 '천하제일 천관산 동백숲'이라는 대형 표석이 나타난다. 표석 오른쪽에 2007년 국내 단일 수종 최대 군락지 기록을 기념하는 비가, 왼쪽에 '천관산 동백숲' 노래비가 있다. "천관산 골짜기 동백꽃 보러 갔더니 비단 치맛자락 사방팔방 반짝이네. 정남진 동백꽃 붉은 사랑 곱고 곱다…"로 시작하는 노래다. 노랫말은 많은 환경 노래를 만든 시인이자 환경운동가 고 김황희가 썼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 빨강 봄꽃과 소설 속 그 길을 걷다 천관산 동백숲으로 드는 임도

표석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전망대가 보인다. 이곳에서 동백숲을 한눈에 담아야 한다. 햇살 좋은 날이면 반질반질한 동백 잎이 끝없이 반짝거린다.


밖에서 보는 숲만큼 안에서 접하는 숲도 매력적이다. 숲에 들어서면 동백 잎이 무성해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상부 전망대에서 출발하면 내리막 코스로 돌아본다. 다시 출발점으로 가려면 그만큼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자. 탐방로는 나무 데크로 된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흙길이고, 졸졸 계곡물이 흐른다. 인위적으로 정돈하지 않은 원시림 분위기가 살아 있다. 숲을 걷다 보면 계곡이나 흙길에 무심히 떨어진 동백꽃에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 빨강 봄꽃과 소설 속 그 길을 걷다 한승원 문학산책길에서 만난 한적한 바닷가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된 용산면 남포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남포는 고즈넉한 해변마을로 마을 앞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소등섬이 자리하고 있다. 소등섬을 마주하고 원작과 영화를 함께 떠올려본다. 소박한 포구의 해안선과 고즈넉하게 펼쳐진 바다, 그리고 마을 앞바다에 떠 있는 섬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또 소설가 한승원의 집필실인 해산토굴 앞 여다지해변에는 '한승원 문학 산책로'가 반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비릿하고 살아 있는 그의 언어들을 더듬어 가는 600m의 산책길이다.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문흥IC를 나와 29번 국도를 타면 장흥 땅이다. 서해안고속도로는 목포IC를 나와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 타고 가다 장흥IC를 나선다.


△볼거리=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정남진전망대, 소동섬, 득량만, 정남진장흥토요시장 등이 있다. 여름에 열리는 장흥물축제는 축제중 축제로 불릴만큼 최고의 인기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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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장흥 땅과 바다에서 나는 대표 먹거리로 구성한 장흥한우삼합을 추천한다. 청정 자연에서 자란 질 좋은 한우, 장흥 대표 농산물인 표고버섯, 득량만의 싱싱한 키조개 관자가 모여 장흥한우삼합을 완성한다. 은은한 표고 향에 보드라운 키조개 관자, 육즙 진한 한우가 따로 또 같이 입안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장흥=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jun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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