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위안부, 독도 언급?…'진실게임'

'위안부·독도 언급' 日언론 보도에
박진 "日 말을 믿나" 반박

한일정상회담에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가 언급됐는지를 두고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한국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 간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하고,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다.

그러나 정부는 위안부와 독도 문제 모두 논의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히고 있어 회담을 둘러싼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확대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논란의 시작은 일본 언론 보도였다. 일본 공영방송 NHK와 교도통신 등은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과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또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가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잘 대처해 나가자고 이야기했다"며 "여기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문제도 포함됐으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산케이 신문은 '위안부 합의 이행과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한국의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매체는 "양국 사이에 이들 문제에 대해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 측에서 두 의제에 대해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이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위안부, 독도 문제에 대해서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이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거듭 질문하자 박 장관은 "일본 말을 믿나, 한국 정부 말을 믿나" "일본에 대해서 정말 저희가 있는 대로 당당하게 자주외교를 했다"고 항변했다. 이날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일본 외무성에 유감 표명을 했다고 밝혔다.

한일정상회담에서 오간 대화와 관련해 양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건 외교 언어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 신문 객원 논설위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2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일본 측이 원칙적인 얘기를 한 것이고, 한국 측이 '그런 얘기 안 했다'고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위안부, 독도 문제 등에 대해)주고 받고 하는 대화는 나눴을 것"이라면서 "논의는 아니고 일본이 얘기를 꺼냈을 것이다. 한국 측,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본이 말한 걸 쉽게 말해서 무시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외교에서는 형식적으로 자기 입장을 표명한다"며 "특별히 의미 있는 것처럼 해석할 필요 없고, 독도 같은 영토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초점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