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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토크]'테크 호황'의 나비효과…SVB를 무너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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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만든 美 IT호황
SVB 투자업엔 족쇄 돼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

미국을 넘어 국제 금융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SVB가 몰락한 이유를 두고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 기업의 방만한 경영, 규제 부족 등 다양한 지적이 나오지만, 아직 잘 거론되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이 심각해지자 선진국은 경제 활동을 잠시 멈추는 봉쇄 활동과 함께, 막대한 경기 부양책을 통해 가계와 기업을 지원했습니다. 이 기간(2020~2021년) 미국 IT 기업의 잠재력이 주목받으며 한동안 '테크 호황'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테크 기업들이 벌였던 돈 잔치는 2년여 만에 SVB의 숨통을 틀어막는 나비효과로 되돌아왔습니다.


2년 채 안 돼 예금 3배 급속 성장
[테크토크]'테크 호황'의 나비효과…SVB를 무너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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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는 1983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설립된 군소 은행입니다. 실리콘밸리라는 이름답게, 미국의 혁신 테크 스타트업과 주로 거래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설립 이후 미국의 IT 붐과 함께 순탄하게 자산 규모를 불려오던 SVB는 2020년대 초 당시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벤처 캐피털(VC), 스타트업, 암호화폐 관련 기업의 투자가 물밀듯 쏟아지며 갑작스럽게 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한 겁니다.


실제 2020년 1분기 약 600억달러에 불과했던 SVB의 총 예금액은 2021년 4분기엔 2000억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불과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3배 이상 급증한 셈입니다.


테크 호황이 키운 SVB

[테크토크]'테크 호황'의 나비효과…SVB를 무너뜨리다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 기업공개를 통해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던 시기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2021년은 특히 테크 호황의 해였습니다. 2020년 말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 심리가 개선됐고, 여기에 더해 비대면 디지털 산업이 앞으로 대세가 될 거라는 믿음이 자리 잡았던 시기입니다. 국내에서도 미국 스타트업의 IPO(기업 공개), 테크 주식 인덱스 펀드를 주로 다루는 'ARK 인베스트', SPAC 상장, 특히 암호화폐 관련 기업 소식이 헤드라인을 점령했습니다.


해외 주식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개인 투자자인 '서학 개미'라는 신조어가 알려진 시기이고, 국내 스타트업 IPO의 새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는 '쿠팡'의 미 나스닥 상장도 이해 3월에 이뤄졌습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SVB는 미국의 VC나 스타트업, 테크 기업과 주로 거래해 온 은행입니다. 거대한 투자 자금을 유치한 테크 기업은 SVB에 예금을 맡겼고, 이에 따라 SVB도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급격한 성장은 양날의 칼…지급 불능 위기설 확산

하지만 예금의 급격한 상승은 언제나 은행에 양날의 칼입니다. 통상 은행은 투자자의 예금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이익을 만듭니다. 갑자기 예금이 늘어난 SVB는 새로 확충한 자금을 만기 보유 채권(Held-to-maturity securities·HTM)에 투자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들어 거시 경제 환경이 급격히 변동했다는 겁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정책을 단행했고, 이에 따른 여파로 SVB가 보유한 HTM의 시장가도 떨어졌습니다.


속된 말로 SVB는 '고점에 물린' 셈이 되어버린 겁니다. 또 코로나19 기간 가장 화려한 호황을 경험했던 테크 기업이 가장 혹독한 '조정'을 경험한 것도 SVB 같은 은행엔 큰 부담이 됐습니다.


결국 SVB가 지급 불능(insolvency)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 테크 업계에 확산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뱅크런 사태로 번졌고, SVB는 위기설이 나온 지 단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했습니다.


실리콘밸리 문화에도 비판 커져

실리콘밸리는 흔히 창업자의 비전을 높이 평가하는 스타트업 문화, 각 기업 간 연결성과 협력, 적자를 감내한 고속 성장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오늘날 '빅 테크'로 불리는 기업 중 상당수도 이런 공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대기업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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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문화는 지금처럼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르시시즘, 연줄에 대한 집착, 정밀한 측정이 어려운 방식으로만 자신의 능력을 평가해 온 관행과 문화가 SVB 뱅크런에 기름을 부었다" 16일(현지시간) 벤처 투자자 엘리자베스 스피어스가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에 쓴 냉정한 '자기 평가'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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