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BTX) 제제를 생산해 수출하는 국내 제약사 6곳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업체들의 톡신 제제 간접수출 과정에서 1차 유통이 사실상의 국내 판매라고 해석하면서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BTX 제제를 무단 판매한 제약업체 6곳과 임직원 12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소된 업체는 메디톡스와 휴젤, 파마바이오리서치,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으로 알려졌다.
(사진=블룸버그뉴스)
BTX는 보툴리눔 균에서 추출한 맹독 성분으로, BTX를 피부밑에 주사로 주입하면 근육의 미세한 마비 효과가 일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제제로 만들어 주름을 펴는 미용용이나 의료용으로 활용한다. 다만 이 성분은 단 1g만으로도 100만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치명성을 나타낸다.
이 같은 맹독 성분이나 백신처럼 보건위생상 위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국가출하승인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국가출하승인은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기 전에 제조단위별로 시험 결과와 제조사의 제조·시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품질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제도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의약품을 판매한다면 약사법 위반으로 품목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다만 약사법에 따라 수출 제품은 국가출하승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들의 BTX 제제 역시 ‘수출 전용 의약품’이다. 수출 전용 의약품은 제조업체가 국내에 판매하지 않고 수출용으로만 제조하도록 허가조건을 부여받은 의약품이다. 제약사들은 BTX 제제를 간접수출 방식을 통해 해외로 수출하는데, 수출용 제제를 국내 무역업체에 1차 공급한 뒤 무역업체가 해외로 유통하는 방식이다.
검찰과 식약처는 간접수출 과정에서 제약사들이 무역업체에 BTX 제제를 1차 공급한 것이 사실상의 국내 판매라고 해석했다. 무역업체에 BTX 제제를 유상 양도한 것이 ‘완결된 판매 행위’로 국가출하승인 대상에 포함된다는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출업자는 제약사에 의약품 대금을 지급한 이후 수출 상대방과 수출가격, 국내 재판매 여부 등을 제약사에 알리지 않았다"며 "수출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제약사가 수출업자에게 의약품을 판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식약처도 같은 이유로 이들 기업의 BTX 제제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와 휴젤 등 업체들이 식약처 결정에 반발해 집행정지를 신청함과 동시에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이 우선 집행정지를 받아들이면서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제품 수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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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 넘겨진 기업들은 법적 절차를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휴젤 관계자는 "이번 기소는 간접수출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 중"이라며 "간접수출은 대외무역관리규정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무역 방식으로, 국내 무역업체를 통해 의약품이 수출되더라도 해당 의약품은 수출용 의약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당사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과 한국무역협회 등의 입장"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적극 다투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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