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지방은행 등 현장 광폭 행보
'국민銀, 전 대출상품 금리인하' 선물도 챙겨
인지도 높이고, 여론 지지 얻어
"그렇다면 올해 퇴임은 하지 않는 겁니까?"(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9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이복현 금감원장은 총선 출마설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상생금융은) 최소한 연말 내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력을 해도 될 듯 말 듯한 이슈이고, 감독원장은 거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막상 퇴임 의사를 확인하는 질문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이다.
이 원장이 최근 들어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그의 출마설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이 원장의 일정은 주로 현장방문에 집중됐다. 지난주에는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카카오뱅크 본사에 가서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관계자들을 만났다. 8일에는 부산에 내려가서 BNK부산은행 본점을 찾았다. 9일엔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갔다.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시중은행 등 각 분야에서 규모 1위인 회사다.
여론 지지를 받을만한 선물을 확실히 챙겼다. 국민은행은 이 원장의 방문날에 맞춰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까지 전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3~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부산은행도 지역 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를 1.0%포인트 내리고, 다른 대출상품 금리도 0.8%포인트 떨어뜨리기로 약속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 신한은행, 대구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방문할 예정이다. 그가 대출금리 인하에 대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으며 지속가능한 형태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한 만큼, 당분간 시중은행들의 금리인하 발표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의 이례적인 움직임을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이복현 총선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과거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지칭됐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의 '은행 돈잔치' 발언 이후 총대를 메고 은행 대출금리를 저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고 이르면 7월 쯤 총선 준비를 위해 이 원장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서울 ○○구에서 공천을 받아 출마하지 않겠냐", "후임 금감원장으로는 ○○○가 거론된다더라"는 게 요즘 관가의 설왕설래다.
이번 은행권 현장 방문을 두고도 금융권에선 총선 준비용이라 해석하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카메라들이 따라붙는 이벤트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은행들의 군기를 잡아 금리 인하를 줄줄이 유도하면서 지지율도 이끌어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금융위원장과 대비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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