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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두 얼굴]③단지 보유 현금 많다고 배당 늘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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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배당 확대가 아닌 장기적 주주환원 강화 필요
결산배당 기준일 지나고 주식 판 주주도 의결권 행사

주주행동주의 확산이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기관 투자가나 개인은 결과적으로 투자 수익률을 배제하고 행동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 가운데 현재 주식을 들고 있지 않은 주주도 적지 않다. 장기적인 성장 계획보다 배당 규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KT&G 배당성향, 국내 상장사 평균 웃도는데

행동주의펀드가 KT&G에 배당 확대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이미 국내 상장사 평균을 웃도는 배당성향을 유지 중인 KT&G에 배당 확대를 요구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시라이트캐피탈(FCP)은 각각 주당 7867원, 주당 1만원 배당을 요구했다. KT&G 이사회는 주당 5000원 배당을 결의했고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한다.


KT&G 이사회는 해마다 약 1조원의 환원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며 현재 환원 규모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의 주주제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조2000억원 규모의 배당과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요구가 미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KT&G는 앞으로 5년 동안 3조9000억원을 투자해 생산설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사회 측은 다만 올 하반기에 현재보다 강화한 신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재원 확보를 위한 보유 부동산 유동 및 차입 확대 등 적극적인 자금 조달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KT&G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다. 현재까지 주식을 들고 있지 않더라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도 적지 않다. 현재 주주가 아니라면 앞으로 성장 계획보다 배당 총액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주주행동주의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방식으로 기업 성장 과실을 최대주주 위주로 분배하는 관행을 견제한다면 다수의 주주에게 과실이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보유 현금이 많으니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는 성장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비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 보유는 불가피하다. 주주총회서 인기 투표를 하듯이 배당 규모를 결정하다 보면 남은 주주들과 임직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가 주장하는 내용을 이해하지만 상장사에 근무하는 임직원이 이런 논의에서 배제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해서 과실을 주주와 직원이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을 늘리고 배당을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영권 분쟁과 주주총회 표대결에 대해서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제안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기관 투자가와 일반 주주의 지지를 받으려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것보다 인지도 높은 인사를 이사로 추천하거나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자가 많았던 이유 역시 과거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소버린 자산운용은 SK㈜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사회 사퇴를 요구했다. 2003년 4월 SK 지분 14.85%를 경영 참여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은 1770억원을 투자한 지 2년 여만에 8000억원의 차익을 챙기고 떠났다.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은 KT&G 경영권을 위협해 1년 만에 매각 차액과 배당금 등 1000억원이 넘는 투자수익을 챙겼다. 2005년 9월28일부터 이듬해 1월9일까지 KT&G 주식 776만주를 사들였다. 총 매입금액은 3351억원이다. 칼 아이칸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 지 10개월 만에 대부분의 주식을 팔았다. KT&G는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 M&A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단기간 차익을 실현한 아이칸의 투자 행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주주행동주의 두 얼굴]③단지 보유 현금 많다고 배당 늘리라니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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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권익 보호보다 주주 사익 추구에 초점?

소버린과 칼 아이칸과 같은 사례는 이례적일 수 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같은 주가 흐름이라면 제2의 소버린과 같은 행동주의펀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에 나섰다는 소식 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올해 들어 100% 이상 급등했다. 펀드 운용사 내부에서도 차익을 실현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법한 상승률이다. 다만 에스엠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선 얼라인파트너스는 아직 주식을 매각하지 않았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을 통해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벌처 펀드와 장기적인 안목의 주주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행동주의펀드의 단기간 시세차익 사례도 있어 일각에서는 우려감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행동주의펀드 행태는 주주 권익 보호보다 주주 사익 추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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