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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가짜뉴스를 믿고 음모론에 빠진 그들을 설득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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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실 부정하진 않지만 다른식으로 해석
경청하고 스토리텔링법으로 접근해
스스로 틀렸다는 사실 깨닫게 해야

찰리 비치는 음모론 커뮤니티 리더였다. 9·11테러를 정부가 꾸며낸 조작극이라 생각했다. 주요 소득원은 무정부주의와 음모론을 주제로 한 수많은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 100만회를 넘는 동영상이 적지 않았다. 찰리를 비롯한 음모론자들은 9·11테러 당시 항공기 연료로 인한 폭발 및 화재 온도가 세계무역센터의 강철 빔을 녹이기에 충분치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자리에 똑바로 주저앉듯 무너져 내린 것이 계획된 폭파 공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그가 9·11테러 10주기를 앞둔 2011년 6월 어느 방송에 출연했다. 음모론자들을 데리고 다니며 부인하기 어려운 증거와 사실을 제시할 전문가와 목격자를 만나게 해 그들의 믿음에 균열을 내려는 프로그램이었다. 비치는 열흘 동안 미국 뉴욕주와 버지니아주, 펜실베이니아주를 돌며 테러 발생 현장을 방문했다. 폭발물과 건축, 항공기 여행 분야 전문가와 희생자 가족, 정부 관계자도 만났다. 시뮬레이터 교육만 체험하고 단발비행기를 활주로에 착륙시키는 일도 경험했다.




[이 책 어때]가짜뉴스를 믿고 음모론에 빠진 그들을 설득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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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만난 폭발 전문가 브렌트 블랜처드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9·11테러가 계획된 폭파였다면 세계무역센터 내벽을 부숴내고 기둥 안쪽에 폭약을 설치해야 비로소 붕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저앉듯 무너진 것에 관해서는 건물 상층부가 파괴되고 하중이 쏠려 연쇄작용이 일어나면서 수직 낙하한 것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날아갔다고 말했다. 그럼 강철빔이 녹지 않아도 붕괴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때부터 비치의 표정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테러범에게 공중 납치돼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 근처 들판에 추락한 비행기의 탑승객 유가족도 만났다. 해당 방송에 함께 참여한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웅진지식하우스)’ 저자 데이비드 맥레이니에 따르면 순간 비치는 "내 안에서 갑자기 뭔가 ‘펑!’하고 터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비치는 5년간의 음모론자 생활을 청산했다. 방송에 참여한 수많은 음모론자 가운데 변화를 경험한 이는 그뿐이었다. 나머지는 ‘심리학자가 비치를 세뇌했다’ ‘사실 비치는 음모론 커뮤니티를 타격하기 위한 첩보원이었다’ 등 또 다른 음모론을 폈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 저자는 ‘드레스 논란’을 예로 설명한다. 논란은 서실리아 블리스데일이라는 여성이 런던의 쇼핑몰에서 딸의 결혼식에서 입을 77달러짜리 드레스를 구입하며 찍은 사진에서 비롯됐다. 드레스가 어떠냐며 보낸 사진 속 드레스 색깔이 보는 사람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파란색-검은색’이라 했고, 다른 누군가는 ‘흰색-금색’이라 했다. 해당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르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트위터에서는 #The Dress 해시태그가 분당 1만1000번 트윗됐다. 배우 민디 케일링은 ‘파란색-검은색’에 한 표를 던졌고, 킴카다시안은 ‘흰색-금색’을 택했다.


혼란은 신경과학자 파스칼에 의해 정리됐다. 인간의 뇌는 낯설고 모호한 대상을 만나면 ‘실제 존재’보다 ‘존재해야 마땅한 것’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이었다. 파스칼은 "해당 사진이 과다 노출로 찍힌 듯 배경이 하얗게 바래 보이고, 이 때문에 드레스 색깔이 모호해졌다"며 "(그런 이유로) 사람들의 뇌는 자신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광원의 효과를 감소시킴으로써 그 모호함을 해소한다"고 강조했다. 파스칼은 그 뒤 2년간 1만명 이상의 피험자를 모집하고 실험해 평소 누르스름한 인공조명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드레스를 ‘파란색-검은색’으로 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동일한 현상을 두고도 해석이 제각각인 상황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음모론자들이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집단이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속인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치는 운 좋게 음모론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못했다. 그들의 생각을 인위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경청과 스토리텔링법을 소개한다. 먼저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망신을 줄 의도가 없음을 밝히고 라포르를 형성한다. 이어 주장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고, 이를 확인하며 제대로 이해했는지 묻는다. 이때 용어 정의는 상대방의 언어로 명확히 한다. 해당 주장의 확신 정도를 숫자로 표현해 달라고도 요청한다. 확신하게 된 이유도 묻는다. 이유와 타당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한 방법을 묻고 거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단순한가? 저자는 이 방법만으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되돌아보며 변화를 이뤘다고 말한다. 핵심은 ‘메타 인지 유도’. 저자에 따르면 설득하려고 반박하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기보다 잘못된 생각의 근간을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방법이 더 큰 효과로 이어졌다. 거짓이 스스로 무너지도록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저자는 역설한다. "우리는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고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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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 | 데이비드 맥레이니 지음 | 이수경 옮김 | 444쪽 | 2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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