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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정치의 악순환…"비명계 트릭" 무더기 반란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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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위기 속 악순환의 늪'
팬덤 공포 속에 좁혀진 공론 지형
강성 지지층 낙선 명단 만들어 응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당내에서는 대량의 반란표가 등장한 것과 관련해 신뢰의 위기를 거론하고 있으며,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낙선 대상으로 지목하고 색출에 나서며 악순환의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당내 공론의 지형은 더욱 협소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압도적인 부결을 장담했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실제로는 찬성표보다 부결표가 더 많이 나온 충격적인 결과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신뢰의 문제를 지목하는 대목이다.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은 SBS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부결을 주장했던 비명계 의원들이 일종의 트릭을 했다는 얘기"라며 "‘이재명으로는 안 되겠다’, ‘이래서 어떻게 총선 치르냐’고 당을 걱정하는 이런 게 진심이라 하더라도 같은 당내에서 당 대표의 문제를 가지고 일종의 결과적으로는 이게 거짓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어떤 이견이 있다면 투명하게 드러났어야 하는데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드러나야지 그것을 가지고 일종의 그것이 노선의 차이인지 방법론의 차이인지 아니면 설득이 가능한 것인지 (알 수 있는데) 알 수 없어 정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내 토론과정에서 한 번도 공개적으로 주장하거나 토론하지 않고 은밀하게 투표한 방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다"며 "차라리 "찬성투표하고 영장심사를 받는 게 낫다"고 주장했던 일부 의견이 정직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번 찬반투표는 사실상 검찰수사와 영장청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정치적 의사표명이기 때문에 형식이 비공개투표일뿐 본질적으로는 국민 앞에 자신의 입장을 명료히 드러내는 것이 옳은 사안"이라며 "주장하지 못하는 소신은 소신이 아니며 만일 집단적 의논을 거쳤다면 당당하지 못한 사술"이라고 꼬집었다.


팬덤 정치의 악순환…"비명계 트릭" 무더기 반란표 후폭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상정에 대한 신상발언을 마친 뒤 동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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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표결 결과만 보면 체포동의안 투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의힘 의원 114명(구속 수감 중인 정찬민 의원 제외)과 정의당 의원 6명, 조정훈 시대정신 의원 등을 모두 합해도 121표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 또는 민주당 당적을 가졌던 민주당 의원 등에서 최소 18명이 소속 당의 당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아울러 과거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기권 9표와 무효표 11표 역시도 실수 등으로 보기보다는 일종의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당내 여론을 파악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이 같은 표결은 최소한 공개적으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려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눈여겨볼 점인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그 물밑에 있는 얼음덩어리가 크다"고 주장했다.


무더기 반란표의 비겁함은 ‘팬덤’으로 알려진 강성 당원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한 몫을 했다. 일례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SNS를 통해 "그동안 들었던 욕설과 비난을 열 배 백 배 더 들을 각오로 이 대표께 호소한다"며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대선 때 약속한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민주당 의원들 모두 체포동의안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라고 강력히 지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가 직접 영장실질심사를 받아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일소하거나 최소한 희생하는 모습으로 제1야당이 방탄국회에 매몰되어 있다는 모습을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이런 호소는 그동안 들었던 욕설과 비난의 열 배, 백 배로 돌아왔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는 박 전 위원장을 출당권유 내지 징계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5만명 이상이 동의를 하는 등 응징 분위기가 역력했다.


상황이 이쯤되면 소신은 정치적 생명을 걸어야 할 사안이 되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당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탓이다. 그 결과가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로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이 양상이 이번 체포동의안을 계기로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SNS 등에서는 과거 당내 현안에 대한 입장 등을 토대로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행사한 민주당 의원 등을 추측, 낙선 대상으로 지목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반동을 색출하라’는 식으로 여론몰이가 이어짐에 따라 당내 논의 지형은 보다 극단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론의 공간은 더 좁혀지는 데 반해, 낙선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들의 경우에는 반발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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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재는 무기명 투표인 탓에 누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서로에 대한 의심만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부 의원들은 SNS를 통해 체포동의안 표결에 반대를 시사하는 입장을 드러내는 식으로 알리바이를 제시하며,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민주당 의석수를 한참 밑도는 부결표와 관련해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특급열차 살인사건이라는 작품에 범인이 누구냐면 기차에 탄 모든 사람"이라며 "그런 셈"이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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