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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기업 CEO]고졸 경영신화, 한국 재계 정상에 선 흙수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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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노오력'하면 CEO된다
흙수저 성공신화 찾아보니

[100대기업 CEO]고졸 경영신화, 한국 재계 정상에 선 흙수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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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국내 100대 시가총액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9명은 전문계고(옛 실업계고)를 졸업했다. 당시 가난한 수재들이 주로 명문 공고, 상고, 농고 등에 갔다. 말하자면 이들은 노력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한국 재계 정상에 선 사람들이다.


[100대기업 CEO]고졸 경영신화, 한국 재계 정상에 선 흙수저들 고졸 은행원에서 금융권 전설이 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지난달 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금융권 CEO 중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68),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62),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67), 김성태 기업은행장(61)은 상고 출신이다. 비금융권 CEO 중에선 최윤호 삼성SDI 대표(60),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68)가 상고를 졸업했다.


1970년대 후반 명문고로 불렸던 덕수상고 출신이 많다. 최윤호 대표, 이삼걸 대표, 진옥동 내정자 등이다. 1970년대 후반 덕수상고 연합고사 커트라인은 200점 만점에 180점대였다. 인문계 평균 117점보다 훨씬 높았다. 김효준 BMW코리아 전 회장(66), 김동연 경기도지사(66) 등도 덕수상고를 나왔다.


[100대기업 CEO]고졸 경영신화, 한국 재계 정상에 선 흙수저들 농고를 졸업하고 하림그룹을 창업한 김홍국 회장이 2021년 12월7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는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농고, 공고 출신도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66)은 농고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병아리 키우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부모님 반대에도 농고에 들어갔다. '한국판 카길' 하림을 창업해 꿈을 이뤘다. 지금은 하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하림그룹 계열 해운회사 팬오션 대표 자격으로 시총 100대 기업 CEO에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2015년 법정관리 중이던 팬오션을 인수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59)는 공고를 졸업했다. 홍 대표가 나온 용산철도고(옛 용산공고)는 국내 최초로 해외(호주) 정부 지원을 받은 전통의 명문고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62)는 의료과학고 출신으로 분류되지만 상고 출신으로 봐야 한다. 이 대표가 1980년 졸업한 영락상고는 2019년 영락의료과학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1952년 고(故) 한경직 목사가 세운 영락교회 내 청소년 성경구락부 중등부로 출발했다가 여러 번 이름을 바꿨다. 1970~80년대 영락상고 시절 이 대표 같은 중화학공업 인재를 키웠다.


[100대기업 CEO]고졸 경영신화, 한국 재계 정상에 선 흙수저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시골 출신 영업맨에서 회장이 됐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고교 졸업 후 대학으로 바로 가지 않고 취업부터 한 CEO도 있다. 함영주 회장, 윤종규 회장이다. 함영주 회장은 금융권에서 '시골 촌놈'으로 통한다. 푸근한 인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우수 영업맨이었다. 상고 다닐 때 하숙집에 살았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직접 지은 쌀로 하숙비를 냈다. 은행원 2년 차에야 단국대 회계학과에 다녔다.


윤종규 회장은 고졸 외환은행 행원에서 금융지주 회장까지 올랐다. 별명은 '똑부'다. 일을 꼼꼼히 처리한다는 뜻이다. 광주상고 졸업 후 1973년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1981년엔 행정고시 필기시험을 차석으로 통과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시위 참여 경력 때문에 임용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아픔을 극복하고 금융권의 전설이 됐다.



전문계, 실업계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고교평준화 정책과 연관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977년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명문 1류 고등학교 인재 독식 현상이 사라졌다. 1958년생 고교 평준화 이후 첫 졸업생이다. 58년 개띠 이전 세대들은 어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지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컸다. 정부, 학계, 기업 어디에나 이른바 명문고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하지만 77년부터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갈 학생들은 무작위로 배정을 받아 집 근처 학교에 입학했다. 이른바 '뺑뺑이 세대'다.



그러나 77년 이후에는 실업계 고등학교는 계속 시험을 치뤄 학생을 선발했다. 명문 인문계 고교는 사라졌지만 명문 실업계 고교는 명맥이 끊어지지 않았다. 집안이 가난해 대학에 가는 대신 빨리 돈을 벌어야 하는 똑똑한 학생들이 모인 것이다. 근면, 성실, 노력, 3박자를 갖춘 학생들이 세상에 나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100대 시총 기업 CEO 출신 고교가 다양해졌다는 사실은 1957년생 이전 비평준화 세대가 은퇴하면서 개인의 능력으로 CEO까지 성장하는 추세가 수치로 증명된 것"이라고 했다.

[100대기업 CEO]고졸 경영신화, 한국 재계 정상에 선 흙수저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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