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삼중수소 연구에 가려진 불안의 징후

국내 연구결과 "삼중수소 농도 증가 미미"
해양 생태계 영향은 연구에 포함 안돼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일본 정부가 3월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출하기로 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오염수 방출 10년 후의 트리튬(삼중수소) 농도는 기존의 10만분의 1 정도 높아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염수 방출로 인한 삼중수소 농도의 급격한 증가는 없다는 뜻이지만, 이 연구만으로 향후 해양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1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연구자들은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일본이 10년간 연간 최대 22T㏃(테라 베크렐·베크렐은 방사는 단위)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가정하에 진행됐다.

16일 오전 제주시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김경옥 해양과학기술원 해양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의한 해양확산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삼중수소는 오염수 방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방사성 물질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40분의 1로 희석한 안전한 '처리수'라는 입장이지만,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후에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제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 오염수 방류 10년 후 한국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는 기존의 10만분의 1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해역에는 2년 뒤부터 0.0001Bq(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일시적으로 유입되고, 4~5년 뒤부터 본격적인 유입이 시작된다.

10년 뒤엔 0.001Bq/㎥ 안팎의 삼중수소가 유입된다. 2021년 기준 국내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인 172Bq/㎥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현재 분석 기기로는 검출하기 힘든 낮은 농도다.

다만, 해양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삼중수소의 농도에 대한 분석으로, 실제 미치는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추후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이송 펌프. 사진제공=연합뉴스

연구가 일본 정부의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전문가들은 일본 도쿄전력이 공유한 데이터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해양방출대응단이 개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달노키 베레스 페렝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이 오염수 내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 핵종만 검사했고, 지나치게 긴 공백 기간 동안 데이터 표본을 추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르면 3월부터 향후 30년간 오염수를 방출할 예정이다. 오염수를 더 이상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도쿄전력은 ALPS로 정화한 오염수를 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130만t의 오염수가 담긴 오염수 탱크 1066개를 보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