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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세탁기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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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삶 바꾼 생활가전처럼
경제지도 다시 쓸 초거대AI
일자리 감소, 정보격차 최소화 위한 정책 필요

[시시비비] 세탁기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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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학습하고 인간의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이 뜨겁다. 기업들은 앞다퉈 챗GPT를 도입하거나 그동안 개발했던 초거대 AI에 대화형 기능을 넣어 한국형 챗GPT를 내놓겠다며 경쟁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와 국회에서는 챗GPT 배우기에 한창이다. 학계도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이후 인류사는 물론 세계 경제 지도를 다시 써 내려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법 오래된 얘기지만 10여년 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에서 가전업체 밀레의 마르쿠스 회장과 인터뷰 했을 때다. 밀레라는 기업에 대해 한마디로 소개해달라고 하자 "생활가전으로 세상을 바꾸고 시대를 바꾼 기업"이라고 답했다. 그럴법한 얘기다. 1911년 손으로 돌리는 수동 세탁기를 독일에서 팔기 시작했던 밀레는 전동화에 주목해 1914년 세계 최초로 전동식 세탁기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생활가전이 인류의 삶을 바꾼다는 철학 아래 1927년에는 진공청소기를 선보였고 1929년에는 식기세척기도 내놓았다.


행동경제학자들도 비슷하게 얘기한다. 세탁기, 식기세척기의 발명을 통해 여성들이 가사노동에서 해방돼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사회적 진출이 ‘가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3~4시간 걸려 손으로 세탁하던 일은 1시간 이내로 줄여줬다는 점은 분명하다.


챗GPT는 AI가 인간이 최저임금을 받고 하는 단순, 반복 작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수십시간에 걸쳐 데이터를 정리하고 이를 해석하기 위해 몇 배의 시간을 더 들여야 했던 작업을 맡길 수 있다. 고객센터에서는 상담원 대신 AI가 대부분의 민원을 해결한다. 햄버거를 주문하려고 키오스크 메뉴 앞에서 쩔쩔매거나 점원에게 말을 건네는 대신 AI에 말을 걸어 주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챗GPT로 시작된 AI 혁명은 이래서 무섭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될 때마다 일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소형화되는 로봇들과 결합하면 공상과학소설(SF)에서 그리는 디스토피아적 상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일자리뿐 아니라 정보화 시대 이후 사회문제로 자리 잡은 정보화 격차도 심화한다. 경제력의 문제로 인터넷에 소외된 계층은 여전하다. 남들이 당연하게 접하는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이가 늘어나며 빈부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챗GPT는 최근 월 20달러의 유료 서비스를 내놓았다. 유료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피크타임에도 평소처럼 접속하고 질문에 대한 답도 빨리 받는다. 공짜 서비스는 맛보기, 실제로 AI를 업무에 활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앞서 생활가전 혁명도 이를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이 수반돼야 한다. 세탁기를 살 돈이 없다면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할애해 손빨래해야 한다. 다행히 지자체 등이 저소득층에 세탁기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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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나섰고 정부도 호응하고 있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혁신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AI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AI로 인한 새로운 정보 격차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빈부 격차를 만들어 내기 전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명진규 콘텐츠매니저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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