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과 의석수 괴리, 21대 국회 가장 심해
도시는 중선거구제·지방은 소선거구제 적용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1표라도 더 많이 받으면 이기는 승자독식 구조에서 다수당은 국민 지지를 훨씬 더 많이 받았다는 착각을 하게된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 간사를 맡은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21대 총선 당시 전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9.9%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41.5%를 득표했다. 그런데 실제 지역구 의석은 163석, 84석으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까지 포함해 180석을 선점한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예외주의(Exceptionalism)'를 꺼내 들었다고 했다. 예외주의(Exceptionalism)는 국가나 사회가 보통의 규칙과 원리와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로,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적 특징으로 꼽힌다. 최 의원은 "1988년 체제부터 만들어진 국회의 전통과 원칙이 있었는데 민주당은 이를 모두 무력화시켰다"며 "상임위원회 배분이 그랬고 무리한 입법 시도도 많았다. '언론중재법'이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을 강행했고, 제일 최악은 설익은 '임대차 3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대차 3법은 시장에 생길 부작용이 예견되는 데도 밀어붙였다"며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며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국회 협치의 원칙과 전통을 무너뜨리는 행위였다"고 했다.
최 의원은 "의회 독재라고 할 만큼 다수당의 횡포와 무리한 입법을 보면서, 국민들이 300명에게 던져 준 표심이 있는데 가급적 그 표심이 제대로, 골고루 반영되게 해야 '절대 반지'의 유혹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당 득표율과 국회 의석수가 수렴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현재 4가지 대안을 마련해 둔 상태다. 이 중에서 최 의원은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수도권 등 도시 지역은 중대선거구제를, 농촌 등은 소선거구제를 적용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최 의원은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49개 선거구가 있는데 인구 20만 단위로 너무 촘촘히 쪼개져 있다"면서 "그런데 선거구가 나누어진 자연적 경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가 지하철 3·6호선으로 연결돼 있다. 구청장 한 사람에 국회의원이 두, 세 명씩 있는 구조"라며 "괜히 동네 골목 민원 같은 걸 하게 되고 구청에서 해도 될 일을 하니까 예산 낭비도 초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서울 같은 대도시는 인위적 선거구 획정이 어려우니까 한 5인 정도씩 뽑는 식으로 권역을 묶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라면서 "서초 강남, 송파 강동 등도 하나의 교육청 권역으로 묶여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대신 소멸 우려가 있고 선거구 획정이 지리적으로 이루진 읍·면·군 지역은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영호남은 표와 의석수 편차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며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거나 광활한 곳은 소선거구제로 뽑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개특위에서 제시된 비례대표 등 의원 수를 늘이는 안이나 지역구를 줄이는 대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최 의원은 판단했다. 그는 "의원 수 늘이는 것은 세비 삭감 등 국회 구조조정을 위한 노력을 했었어야 하는데 상당히 늦었다는 생각이 들고 국민들 저항이 커서 논의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역구 줄이는 일은 국회의원 내부 저항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사표를 최대한 방지해야 국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평가했는데 국회가 검찰보다 더 낮았다"면서 "국정 효율을 뒷받침하고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을 가로막고 데모크라시(democracy)가 아닌 비토크라시(vetocracy)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득표율과 국회 의석수가 수렴하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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