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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수명 늘고 돈은 줄고‥일상이 된 '장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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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수명 늘고 돈은 줄고‥일상이 된 '장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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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10여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장수 리스크’가 이젠 일상의 단어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오래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는데,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 오래 사는 것이 위험(리스크)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간 수명을 두고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장수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학자들의 연구 목적이나 경제 주체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지만, 개인적 측면에서는 두 가지가 핵심이다. 하나는 기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적 부담이 당초 기대 보다 더 커지는 것을, 다른 하나는 죽음의 시점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차원에서는 첫 번째 의미가 중요하다. 고령 대국 일본에서는 은퇴 파산이란 말이 이젠 일상어로 쓰이고 있는데, 이 단어는 장수 리스크의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은퇴 파산이란 육신은 살아 있는데, 돈이 다 떨어져 파산상태에 이른 것을 말한다. 다 쓰고 죽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인생인 셈이다.


장수 리스크를 헷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장수 리스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커지는 데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산의 수명을 평균 수명에 기대어 판단한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더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기대여명이다. 기대여명은 특정 연령대의 사람이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를 말한다. 문제는 기대여명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자신의 생각 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선 일본 등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의 수명을 실제보다 조금 짧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장수리스크를 헷지하는 확실한 방법은 죽을 때까지 현금흐름이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현금흐름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까지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현금흐름을 지속해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가장 완벽한 장수리스크 헤지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금융상품이나 제도는 현실에 부재하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사망시점까지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연금을 지급하지만, 그 금액이 적다. 민간 부문의 저축 상품은 인플레이션 대비가 어렵고, 투자 상품은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위험에 대비할 수 있지만 변동성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노후자산 축적이라는 관점에서 저축과 투자를 했다면, 앞으로는 장수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인출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다. 즉, 더 버는 것에서 투자를 계속하면서 돈을 잘 인출해야 하는 시대로 노후자금의 운용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국가도 장수리스크 문제를 올바로 대응하지 못하면 재정 문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 그에 비례해 노후복지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생산가능인구가 늘고 생산성이 높아지면 이 비용을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런 해법은 저출산 등으로 인해 더 이상 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복지비용은 고정비 성격을 갖고 있고, 1인 1 투표제 아래에서는 노인들이 자신을 위해 투표하는 ‘실버 민주주의’의 등장으로 인해 정치적으로도 그 비용을 줄이기 어렵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많은 것을 약속하지만 고령인구가 생산가능인구를 추월하는 시대에는 그 약속이 말뿐인 구호로 끝나거나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될 확률이 높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이제라도 국가와 개인 차원에서 장수리스크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검토하고 숙고해야 할 때이다. 장수리스크를 인류가 이렇게 대규모로 직면한 적은 없다.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방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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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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