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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의 속터뷰]진화생물학자 장이권 "리더십의 본질은 통합과 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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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리더십 연구 통해 리더십의 본질 탐구
"지금처럼 불확실 상황에선 분산성 리더십 필요"
"불평등 사회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희망"

[아시아경제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책이 빽빽이 꽂혀 있는 연구실을 상상했는데 잘못 짚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종합과학관에 있는 장이권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의 연구실에 들어섰을 때 순간적으로 미술관인가 싶었다. 개구리 등 동물들의 미니어처, 그림, 사진들이 벽에 잔뜩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구사랑탐험대를 이끌고 있다는 걸 떠올리고서야 비로소 연구실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 캔자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장 교수는 행동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분야 권위자다. 그런 그가 리더십에 대해 말한다는 게 얼핏 생각하면 생뚱맞아 보인다. 하지만 사회통합과 무리 번성이라는 리더십의 본질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똑같다는 것이 그가 연구한 결과다. 지난 1일 장 교수를 만난 것도 동물들의 리더십이 인간, 특히 사회의 리더나 CEO들에게 어떤 통찰을 던져줄까 궁금해서였다. 인터뷰 다음 날인 2일 3년 만에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장 교수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소종섭의 속터뷰]진화생물학자 장이권 "리더십의 본질은 통합과 번성" 진화생물학 분야 권위자인 장이권 이화여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동물들의 리더십이 인간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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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한 책을 참 재밌게 읽었다. 제목이 <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이던데.

제목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리더가 어디 있나.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제목은 동물의 리더십인데 출판사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게 있더라. 내가 원고 들고 가서 출판해주세요 한 게 아니다. 출판사에서 ‘강의 세 번만 해주세요’ 하더라. 강의야 늘 하는 것이니 세 번 쯤이야 하고 응했더니 그걸 풀어서 책 비슷하게 만들어왔더라. 출판사의 기획력에 놀랐다. 부담이 안 되게끔 내 머리를 열어서 콘텐츠를 꺼내 간 것 아니냐. (하하)


동물 사회에도 리더가 있나.

당연하다. 사회를 이루고 사는 동물, 집단을 이루고 사는 동물이라면 반드시 리더가 있다. 리더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야 한다. 보통 리더 하면 대통령, CEO 등을 생각한다. 그런데 각자가 그들을 모두 따라갈 수도 없고,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다. 가족 내에도, 모임 내에도 다 리더가 있다. 리더 때문에 잘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동물 집단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리더십이다


왜 리더가 필요한가.

동물들이 집단을 형성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포식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것 그리고 먹이를 찾거나 잡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집단이 클수록 방어에 유리하고 희생당할 확률도 낮아진다. 자이언트풀마갈매기가 공격했을 때 황제펭귄들은 원형으로 대형을 갖춰 방어한다. 집단생활을 하는 사자는 여러 마리 암컷 사자들이 협력해 먹잇감을 사냥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적에 대한 방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집단을 형성한다.


하지만 집단생활의 단점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게 욕구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문제가 안 생길 수 없다. 자기의 욕구에만 충실하다 보면 집단이 무너지거나 분란이 계속된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체 과정을 조정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것을 리더십이라고 한다. 그 일을 하는 게 리더다.


전에 일부 대학교들에 총장이 없는 경우가 있었다. 그곳의 아는 교수들에게 어떻게 학교를 운영하느냐고 물어보면 아무 문제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한 가지는 아쉽다고 했다. 누군가 희생을 해야 하는 일은 리더가 없기 때문에 결정을 못 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리더야 그렇다 해도 팔로워들은 왜 무리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가.

집단생활에는 불평등이 있다. 당연히 리더가 각종 혜택을 많이 누린다. 그러나 팔로워들이 비교하는 대상은 리더가 아니다. 집단에 속해 있지 않은 개인이다. 집단에 속해 있을 때와 나갔을 때 중 언제가 좋은가 따진다. 팔로워가 더 이상 집단에서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 때 그 집단은 무너진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팔로워를 포함한 개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분명해야 한다. 서로 협력해서 암컷에게 구애하는 긴꼬리마나킨의 알파 수컷과 베타 수컷처럼 내가 준 도움이 나중에 다시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으면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소종섭의 속터뷰]진화생물학자 장이권 "리더십의 본질은 통합과 번성" 장 교수는 "동물이나 인간이나 리더십의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불평등한 사회를 평온하게 유지하는 리더십의 비밀은?

사회가 불평등한 근본 이유는 이기적인 개인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기성으로 사회를 조명해야 사회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 네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충분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또 비협조적인 하급자는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엄격한 서열 상승 기준이 있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이다. ‘사막의 파수꾼’ 미어캣의 경우 팔로워 미어캣이 무리를 위해 협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리더가 죽거나 사라지면 나도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 조직도 비슷하다. 노력하면 임원이 될 기회가 있다는 것과 아무리 노력해도 임원이 될 기회가 없다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동물들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동물집단은 다 다르다. 코끼리 같은 가족 집단부터 꿀벌이나 개미 같은 수십만 마리의 집단까지 다양하다. 일벌이나 꿀벌처럼 역할이 나누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늑대처럼 협동 사냥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다르니 해결책도 다를 수밖에 없다. 딱 이것이라고 하나로 두루뭉술하게 말할 수 없다.


작은 집단으로 갈수록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바로 해결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코끼리 집단의 리더를 가모장이라고 하는데 가뭄이 들었을 때 물이 있는 곳을 찾아내 무리를 갈증의 위기에서 구해낸다. 늑대 알파 수컷은 사냥에 성공한 뒤 자신이 먹이를 먼저 차지하지 않고 가족들을 배불리 먹인다.


무리가 크면 클수록 리더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벗어난다. 큰 집단은 분업화 돼 있다. 이럴 땐 개인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은 당연히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고 하지만 내게도 이득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일벌들이 각자의 알을 낳지 않고 무리를 위해 일하도록 하기 위해 여왕벌이 여왕 페로몬이라는 화합 물질을 생산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왕벌은 이를 통해 구성원의 노력과 조직의 목표를 일치시킨다.


특히 기업 경영인들이 참고해야 할 점이 있다면?

CEO들은 미래의 먹거리가 무엇인지 제시하고 번성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리더십의 중요한 본질 중 하나다. 방법은 다 다를 것이다.


인간 사회와 비슷한 것은 꿀벌 사회인데 새집을 찾는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외부세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정찰벌들이 결정을 내린다. 꿀벌 무리 전체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 진짜 대단한 건 여왕벌이다. 그런 중요한 결정을 정찰벌들이 하도록 내버려 둔다. 이처럼 중요한 결정은 이해관계자 등 경험 많은 외부 전문가 집단의 풀을 넓힌 뒤 그곳에 맡기는 것이 좋다.


[소종섭의 속터뷰]진화생물학자 장이권 "리더십의 본질은 통합과 번성" 장 교수의 연구실 벽에는 동물들의 미니어처와 사진, 그림 등이 가득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어떤 유형의 리더십이 요구되는가.

꿀벌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분산성 리더십이다. 권위적인 리더십보다는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독립적인 다수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경험 있는 개인들이 모여서 의사결정을 할 때 많은 정보가 나오게 되고 그 과정 자체가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러면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이해할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리더는 없다. 모든 집단에 적합한 리더도 없다. 리더는 친절하거나 냉혹할 수 있지만, 본질과 파생을 헷갈리면 안 된다. 리더십의 본질은 사회통합과 더불어 사회를 번성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면보다 그것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 기관이나 국가의 리더, CEO들은 더욱 그렇다. 그것이 동물리더십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고 리더십의 본질이다.


[장이권 교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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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캔사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와 미주리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생명과학전공 교수다.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장을 역임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이자 '지구사랑탐사대' 대장이기도 하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SER ICEO 리더십 경영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EBS '해요와 해요', CBS '장이권의 지금, 자연은'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해 동물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야외생물학자의 우리 땅 생명 이야기> <자연덕후, 자연에 빠지다> 등이 있다.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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