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키이우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기자회견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대적인 대러 제재 패키지를 내놨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이틀간의 일정으로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그가 벌인 잔인한 전쟁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전쟁 1주년이 되는 오는 24일까지 10번째 제재 패키지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기자회견에서 주요 7개국(G7)과 함께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추가 가격상한제 도입을 예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비로 충당하고 있는 석유 수익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U와 미국 등 27개국은 이미 지난해 12월 5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했으며, 오는 5일부터는 원유뿐만 아니라 석유 제품에도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원유 가격상한제만으로 러시아가 입는 손실이 일 1억6000만유로(약 215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기존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네덜란드 헤이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범죄를 기소하기 위한 국제 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 센터의 목적은 향후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에서의 재판을 위한 증거 수집을 조율하는데 있다. 현재 ICC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행위를 조사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침략 자체에 대해서는 관할권이 없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가 추진 중인 반부패 정책에 대해서는 "반부패 기구가 경계 태세를 갖추고 효율적으로 부패 사건을 적발하는 것을 확인해 마음이 놓인다"면서 "부패와의 싸움이 구체적 결과를 가져오고 더욱 강화되도록 정치적 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응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공동 시장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EU 공동 가스 조달 시스템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EU의 제재가 다소 둔화했으며 더 강화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러시아가 병력을 재집결하면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과 자유세계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장거리 무기 지원을 재차 요청했다.
가디언은 이번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키이우 방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지원 강화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승인을 회원국에게 독려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3일 예정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등의 대러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개전 직후인 지난해 2월28일 EU 가입을 신청했고, EU는 6월 23일 우크라이나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2년 내 EU 정식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협상과 승인 등 절차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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