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자사주의 함정]①매입은 1조 증가…소각은 4%대 불과

수정 2023.01.29 19:00입력 2023.01.25 06:00
서체크기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대비 소각 비중 미미
유통주식 수 줄어야 주주가치 제고 효과

편집자주금융위원회는 자사주 제도 개편안을 검토중이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인적분할 때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등이 핵심 내용이다.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권리 개선을 기대하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소각 현황과 효과 등을 분석해 자사주 제도의 개편 방안을 짚어봤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취득)이 늘었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크지 않았다. 대부분 자사주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아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저평가 신호' 등의 호재로 여겨 섣불리 투자해선 곤란한 이유다.


25일 아시아경제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사주 취득(자기주식취득결정·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체결결정) 공시 건수(기재정정·첨부정정·연장결정 등 제외)는 476건이었다. 2021년(305건)과 비교하면 56.1% 급증한 수치다. 규모도 커졌다. 자사주 취득 계획을 신고한 기업의 매입 규모는 5조246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4조565억원)보다 30%가량 증가했다. 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하락·약세장에 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를 적극 매입한 결과다.


[자사주의 함정]①매입은 1조 증가…소각은 4%대 불과
AD

자사주 매입보다 주가에 영향이 큰 자사주 소각 결정도 늘었다. 지난해 주식소각결정 공시는 65건으로 전년(33건)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제는 자사주 소각 비중이다.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여전히 적다. 자사주 소각은 매입 건수 대비 13.2% 수준에 그쳤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지난해 자사주(신탁 포함) 취득 및 처분 공시 건수는 총 142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212건) 대비 약 17.7% 증가한 수치다. 이 기준에 따른 자사주 소각 공시 비중은 고작 4.6%에 불과하다.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 등이 각 세 차례씩 주식을 소각했고, 신한지주·KB금융·SK디스커버리(자회사 SK플라즈마) 등이 각각 두 차례씩 소각 공시를 했다. 이렇게 중복된 곳을 제외하면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56개에 그쳤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자사주 소각 비중은 3.9%로 쪼그라든다. 자사주 소각 비중이 미미하다 보니 주가 부양 효과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코스피는 24.9%나 떨어져 2008년(-40.7%) 후 가장 큰 폭 하락세를 보였다.


[자사주의 함정]①매입은 1조 증가…소각은 4%대 불과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목적은 크게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권 방어로 나눌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목적은 대개 경영권 방어용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은 대부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다"며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효과'를 노리거나, 지배력을 높이거나 안정시키기 위해 자사주 매입 후 우호세력과 자사주를 교환하곤 하는 방법을 쓴다"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해 주주환원 수단으로 활용한 상장사는 전체의 2.3%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기 주식을 취득한 후 이것을 소각해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주주에게 이익인 방법이다. 기업의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각은 자본 감소 규정에 따른 '감자소각'과 정관 규정에 따라 주주에게 배당할 이익을 재원으로 하는 '이익소각', 주주의 승낙을 요건으로 하느냐의 여부에 따른 '임의소각'과 '강제소각', 대가를 주느냐의 여부에 따른 '유상소각'과 '무상소각'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소각은 기업의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는 것으로 자본금은 감소하지 않지만, 실제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가 부양의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미국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은 소각을 전제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지만, 국내 증시에서 이익소각 비중은 3%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라 어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저평가 신호' 등의 호재로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대다수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의 목적으로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지만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으로 이어져야 한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얼마 후 시장에서 처분하면 주주 입장에서는 조삼모사나 마찬가지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시장에서 처분할 경우 자사주 매입은 일시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데 그친다"며 "자사주 취득 후 소각해 발행주식 수가 영구적으로 감소해야 주주는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오늘의 토픽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