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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휘어버린 도림보도육교…"사고 2시간 전 지나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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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역~도림동 보도육교 직접 가보니

[르포]휘어버린 도림보도육교…"사고 2시간 전 지나갔는데” 도림보도육교는 아침부터 포크레인과 신호수 등이 도착하면서 분주한 모습이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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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무너진 날 밤 12시에도 육교를 지나갔거든요.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 소식 듣고 무서웠죠"(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인근 주민 최지윤씨(28))


4일 오전 7시 방문한 신도림역~도림동 보도육교. 하천을 향해 U자로 휘어진 다리 인근으로 빨간색 안전 테이프가 둘려있었다. 막혀버린 육교 앞에서 머뭇거리는 시민에게 "건너편으로 가려면 저쪽 다리로 돌아가야 합니다"라며 구청에서 나온 인력들이 근처에서 우회로를 안내했다. 육교를 이용하면 '쌍용플래티넘시티'에서 신도림역까지 1분 정도 걸렸을 거리지만 통행이 막히면서 주민들은 신도림교를 이용해야 해 7분을 소요해야 했다.


영등포구와 경찰 등에 따르면 3일 오전 1시40분 영등포구 도림동~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았다. 완공된 지 6년이 된 이 육교는 설계 도면과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원래 가운데로 갈수록 볼록한 모양이었다. 평소보다 빠듯해진 출근 시간에 인터뷰도 바쁘다며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생소한 광경에 육교 쪽을 흘깃흘깃 보거나 사진을 찍는 주민들도 볼 수 있었다. 김민지씨(33)는 "평소보다 15분 정도 빨리 나왔다"며 "원래라면 직선거리로 가면 되는데 쭉 돌아왔다"고 했다.


[르포]휘어버린 도림보도육교…"사고 2시간 전 지나갔는데” 3일부터 도림보도육교의 통행이 제한되면서 도림동 주민들은 당분간 신도림역으로 가기 위해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한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새벽 시간대 일어난 사고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신도림역을 향하기 위해 자주 이용했던 곳인 만큼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김다솔씨(28)는 "아침마다 맨날 지나가는 곳인데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자전거나 유모차도 많이 지나가는 곳이고, 사람들 이용도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출근하던 유모씨 역시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왜 이렇게 부실하게 만들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해당 보도육교가 지난해 12월 정기안전점검 결과 A등급을 받은 점도 논란이다. 지난해 가을쯤에도 보수 수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지만 이는 구조적 결함에 대한 보완이 아니라 나무 데크가 들쑥날쑥 올라오면서 이를 유지보수시키기 위해 철제를 덧대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 점검 결과에 대해 영등포구 관계자는 "검사방법에 따라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정확한 답변을 주는 건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르포]휘어버린 도림보도육교…"사고 2시간 전 지나갔는데” 4일 오전 방문한 신도림역~도림동 보도육교. 한 주민이 신도림교를 건너며 휘어진 보도육교를 바라보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영등포구청은 전날 긴급조사를 통해 전문위원 3명을 불러 현장을 검토하고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응급조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더 이상 다리가 처지지 않도록 교량 중간에 교각을 구로구 쪽에 1개소, 영등포구 쪽에 2개소 설치할 예정이다. 이후 전문위원 11명을 구성해 설계 내역 검토, 현장 조사 등을 거친 후 정확한 원인 파악 후 책임 소재를 밝힌다는 계획인데, 이 기간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공사는 폐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철거가 될지 보완이 될지 결론을 내려면 조사가 완전히 돼야 한다"면서 "아무래도 올해는 이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알렸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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