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획기적인 세제·금융 인센티브를 마련한다. 기업들의 내년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금 공제율을 3~4%에서 10%로 높이고, 총 50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의 투자 확대와 경쟁력 제고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경제 부문 규제를 대거 풀어 창업·중소기업의 부담을 낮추고, 경제 형벌을 완화해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한다.
정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투자 촉진과 규제 혁신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우선 세제 부분에서는 내년 투자증가분에 대한 공제율을 10%로 상향한다. 현행 공제율이 3~4%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 디스플레이를 국가전략기술로 신규 지정하고 고효율 보일러와 같은 에너지절약 관련 핵심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에 추가하는 것을 검토한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현재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 배터리, 백신 3가지만 지정돼 있는데 디스플레이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어느 부분까지 지정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 부문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인 50조원 규모의 시설투자 자금을 지원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설비투자 맞춤형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15조원을,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중소기업 설비투자 특별 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5조원을 각각 지원한다.
기업 규제혁신 속도…경영 자유 보장
정부는 내년에 기업 투자와 일자리 활력 회복을 위한 규제 혁신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민간수요와 투자 효과가 큰 경제분야 7대 테마별 핵심규제 혁신방안을 마련한다. 예컨대 바이오헬스 부문에선 보건의료데이터 활성화가, 미디어·컨텐츠 부문에선 게임·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규제완화 등이 담길 예정이다.
창업기업은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를 한시적으로 적용 유예해 부담을 낮춰주고, 일몰이 도래한 중요·핵심 규제에는 '사후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해 규제의 비용과 편익 등 심층 분석을 실시한다. 기재부는 "신산업·창업 등에 대한 테마규제와 그림자 규제 등을 적극 해소하고 중앙정부 권한 중 조정 가능한 과제는 지방으로 이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유와 창의성을 저해하는 형벌 규정과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대한 생활 밀착형 경제 형벌은 집중적으로 개선한다. 기업들의 부담이 큰 대기업집단 공시제도는 공시 대상 금액을 높이고 주기를 연 1회 정도로 완화한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독과점이 우려될 때 기업이 스스로 시정 방안을 찾을 수 있게 '기업결합 심사제도'를 개선하며, 시대에 맞지 않는 기업 부담금과 특허수수료 부담도 낮춰줄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 금융 지원 강화
정부는 민간 경제 활력의 핵심인 중소·벤처기업이 중장기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중소기업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 기업 상황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데이터 수집 근거를 마련하고 기업별 데이터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소기업 성장 잠재력 확충을 돕고자 50조원 규모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1분기 중 지역 중소기업 육성전략을 만들 예정이다.
벤처기업은 민간자금이 충분히 유입될 수 있도록 '벤처 모(母)펀드'를 조성한다. 모태펀드 우선손실충당과 양도차익 비과세 등의 혜택을 부여해 2027년까지 1조원 규모의 세컨더리 벤처펀드 전용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벤처협단체 공동 현장직무훈련(OJT)·채용프로그램 등으로 내년 2400명 이상의 인력을 확충한다.
특히 M&A 벤처펀드의 상장법인 투자비율을 현재 20%에서 50%로 대폭 상향해 상장법인을 통한 인수·합병을 늘리고, M&A 벤처펀드의 투자목적회사(SPC) 설립 시에는 이해당사자도 출자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한다. 정부는 "기술거래 플랫폼에 M&A 관련 정보를 연계한 종합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기술이전을 수반한 M&A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임무·민간 중심 'R&D' 지원
정부는 기술 연구개발(R&D)도 임무·민간 중심으로 전환한다. 중견·대기업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비 지원 기준 상향을 검토하고, 프로젝트 전반에 재량을 갖고 R&D에 매진할 수 있는 '임무(국가적 도전과제 해결)지향형 사업단'을 운영한다. 정부는 지원 역할만 하면서 민간 기업이 신성장·원천기술 R&D에서 성과를 낼 수 있게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민간 주도 R&D를 유도하기 위해서 성장성, 혁신성이 높은 분야에서 민간이 수행기업을 발굴하고 정부가 이를 매칭 지원하는 고위험·고성과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