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모든 상품·서비스 취급하는 만물상
금자판기 누적 매출 6억원 돌파
결혼 상담 연결 서비스 출시
즉석 사진기 도입, 사진관 대체
정비소·여행사 등 역할도 수행
<<24시간 도시를 밝히는 불빛, 편의점이다. 전국 편의점은 5만여 개로 인구 1000명당 1개 꼴이다. 도시뿐 아니라 전국 시군구 단위에 촘촘히 자리했다.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와 동해 바다 위 상징성을 띤 독도 옆 울릉도에도 편의점은 불을 밝히고 있다. 편의점을 밝히는 불빛을 연결하면 우리나라가 하나의 거대한 거미줄처럼 빈틈없이 연결된다. 촘촘한 편의점 네트워크는 생활 필수품을 파는 집 앞 가게에 그치지 않고 영역을 확대하면서 진화 중이다. 취급 품목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명품을 비롯해 이동형 주택, 전기차까지 편의점 판매 리스트에 올라왔다. 식당, 카페, 백화점, 은행, 우체국, 주민센터, 파출소의 역할마저 흡수했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한정판 상품을 사들이기 위해선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는 필수다. 온라인과 모바일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는 이를 알뜰히 활용해 제 몫을 챙긴다. 10대에겐 편의점이 과거 문방구를 대체하는 ‘소비 놀이터’다. 신상품을 가장 먼저 맛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문화는 10대들 사이에서 익숙하다. 하루라도 이용하지 않으면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편의점은 여러 방면에서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유통 산업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매출은 대형마트 매출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전통 유통 채널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유통업계 핵심 경쟁력으로 꼽고 있는 물류 및 배송 인프라 면에서도 편의점은 강점을 갖췄다. 목 좋은 곳에 자리한 점포망을 물류의 중간 기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최근 편의점은 자율주행 로봇과 드론을 활용, 지역과 거리의 한계를 극복한 최첨단 배송을 시도 중이다. '편의점이 도시를 지배하는 세상, 편의점 제국'은 더이상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한 편의점은 어디로 진화하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지금 그들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시아경제 임춘한 기자] 편의점이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만물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심야시간 삼각김밥·컵라면 등을 사 먹는 24시간 슈퍼마켓 역할은 옛말이 됐다. 기존 식당, 은행, 주민센터 등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한 데 이어 금은방, 결혼상담소, 사진관, 정비소, 여행사 등 생활 서비스 영역을 넓혀나가며 없어서는 안 될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9일 GS리테일에 따르면 현재 금자판기 운영점포는 GS25 2곳, GS더프레시 3곳 등 총 5곳이다. 지난 9월 말 금 자판기를 도입한 지 한 달여 만에 약 1000돈(3.75kg)이 판매됐고, 지난달 말 기준 약 6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1돈(3.75g) 상품은 연일 매진될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고, 40·50대 남성들의 구매 비율이 높다. 금 자판기는 5종의 다양한 중량별 금 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국제 금 시세를 반영한 거래 조건 세팅 값이 매일 바뀌는 3세대 모델이다. 편의점에서는 그동안 고가 상품의 경우 재고 부담, 도난 위험성 등으로 취급에 한계가 있었는데 금 자판기를 통해 골드바 뿐 아니라 기념주화 등 다양한 귀금속류의 상품 영역까지 확대해 안전하게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편의점은 인생의 반쪽을 찾는 오작교 역할도 한다. GS25는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손잡고 결혼 상담 연결 서비스를 선보였다. 상담 신청이 가능한 QR코드가 담긴 홍보물을 매장 계산대 주변에 부착되며, 서비스를 희망하는 고객은 편의점 매장에 비치된 홍보물의 QR코드를 스캔하면 간단히 상담 신청을 할 수 있다. 이후 가연의 전문 매니저와 상담을 통해 최종 회원으로 가입되는 프로세스다.
최근엔 즉석 사진기도 도입돼 사진관을 대체한다. 이마트24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사이에서 간편하게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셀프 스튜디오가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에 착안해 6평 규모의 무인 셀프 스튜디오 ‘인스포토’가 결합된 매장을 선보였다. 고객은 독립적인 공간인 포토 부스에서 부담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양한 이미지를 사진으로 연출할 수 있고, 매장 내 비치돼 있는 각종 소품을 활용해 즉석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차량 정비소처럼 타이어 교환도 할 수 있다. 이마트24는 금호타이어와 손잡고 또로로로 서비스를 내놨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타이어를 렌탈하고, 타이어 위치 교환과 휠 얼라인먼트 서비스 등 안전한 운전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후 관리도 받을 수 있다.
편의점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여행사나 다름없다. CU는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투어 패스를 선보였다. 2016년에 출시한 외국인 전용 관광 패스로 서울 주요 관광지 무료입장 및 면세점, 공항 등의 할인 이용이 가능한 자유이용권이다. 무료입장이 가능한 관광지는 4대 궁과 종묘, 서울타워N, 롯데월드 어드벤처, 코엑스 아쿠아리움 등 60여 곳이며 공항철도(1회), 서울시티투어 버스, 따릉이 24시간 이용권이 포함돼 있다.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수도권 170여점에서 환전 서비스를, 하남지역 20여점에서 차량공유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간단한 등록서비스와 민원 문서 출력도 가능하다. 이마트24는 반려견 등록 서비스 플랫폼 ‘페오펫’과 동물등록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직접 남긴 연락처로 동물등록 전용 링크가 전송되고, 반려견 사진 등 정보와 배송지만 입력하면 등록이 완료된다. 반려견 정보는 매일 자정 관할구청 동물등록시스템에 정식 등록되며, 페콩칩 외장칩(외장형 무선식별장치)은 희망하는 장소로 배송된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민원 문서 출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대상 범위는 주민등록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기본적 민원 서류뿐만 아니라 정부24와 홈텍스, 법원등기소의 건축물대장, 자동차등록원부, 사업자등록증재발급, 소득증명확인서, 부동산등기 등이 모두 가능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들이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해당 지역과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방문을 유도해 다른 상품의 구매까지도 노리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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