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PB상품 강화에서 디지털 전환…이제는 지역 서비스 거점으로
日 고물가 시대 PB상품 강화로 수익성 보장
현재는 AI 물류 시스템 개발 등 디지털 전환 추진
단순 기술 개발 넘어 '요양 서비스' 등 서비스 거점 기능
전문가 "업계는 서비스 특화·정부는 규제 완화해야"
<<24시간 도시를 밝히는 불빛, 편의점이다. 전국 편의점은 5만여 개로 인구 1000명당 1개 꼴이다. 도시뿐 아니라 전국 시군구 단위에 촘촘히 자리했다.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와 동해 바다 위 상징성을 띤 독도 옆 울릉도에도 편의점은 불을 밝히고 있다. 편의점을 밝히는 불빛을 연결하면 우리나라가 하나의 거대한 거미줄처럼 빈틈없이 연결된다. 촘촘한 편의점 네트워크는 생활 필수품을 파는 집 앞 가게에 그치지 않고 영역을 확대하면서 진화 중이다. 취급 품목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명품을 비롯해 이동형 주택, 전기차까지 편의점 판매 리스트에 올라왔다. 식당, 카페, 백화점, 은행, 우체국, 주민센터, 파출소의 역할마저 흡수했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한정판 상품을 사들이기 위해선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는 필수다. 온라인과 모바일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는 이를 알뜰히 활용해 제 몫을 챙긴다. 10대에겐 편의점이 과거 문방구를 대체하는 ‘소비 놀이터’다. 신상품을 가장 먼저 맛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문화는 10대들 사이에서 익숙하다. 하루라도 이용하지 않으면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편의점은 다방면에서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이같은 변화는 유통 산업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매출은 대형마트 매출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전통 유통 채널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유통업계 핵심 경쟁력으로 꼽고 있는 물류 및 배송 인프라 면에서도 편의점은 강점을 갖췄다. 목 좋은 곳에 자리한 점포망을 물류의 중간 기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최근 편의점은 자율주행 로봇과 드론을 활용, 지역과 거리의 한계를 극복한 최첨단 배송을 시도 중이다. '편의점이 도시를 지배하는 세상, 편의점 제국'은 더이상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한 편의점은 어디로 진화하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지금 그들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최근 고물가 시대에 발맞춰 국내 편의점들이 10원이라도 싼 초저가 자체브랜드(PB)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CU는 헤이루 득템, GS25는 실속 픽, 세븐일레븐은 굿민, 이마트24는 아임e를 론칭해 ‘가성비’ 라인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는 1990년대 초 일본 편의점 모습과 닮은꼴이다. PB상품은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물류비와 마케팅비를 줄일 수 있다. 과거 일본이 ‘부동산 버블’로 장기침체에 빠졌을 때, 편의점 업계는 PB상품을 통해 가격은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며 성장을 이어갔다.
◆日 편의점, 디지털 전환 추진…AI 물류시스템 개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PB상품으로 성장한 일본 편의점은 최근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AI를 활용한 물류 시스템을 개발했다. 차량과 운전 기사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배송 루트를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AI 물류 시스템은 차량 및 운전 기사를 적정 배치하고 배송 루트를 최적화하며, 다양한 공급업체의 제품을 공동으로 모아 배송할 수 있도록 유효 자원의 배분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패밀리마트는 무인 결제 매장을 도입했다. 무인 결제 매장은 이용객이 원하는 상품을 가지고 터치 패널 앞에 서면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줄을 길게 늘어설 필요가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 반응이 긍정적이며, 인건비 부담이 줄어 업계에서도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로손도 완전 무인화 점포를 시범 운영하는 등 스마트화에 집중하고 있다.
AI뿐만 아니라, 일본 편의점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거점으로 기능하는 중이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요양 서비스 등을 론칭했다. 로손은 2015년부터 ‘요양 편의점’ 매장을 만들었다. 매장에는 노인 전용 관리사가 상주해 마사지 등을 제공하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통로를 기존 매장보다 넓혔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 집중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韓 편의점, 만능 거점 ‘탈바꿈’…"규제 완화 필요"
전문가들은 미래 편의점은 관공서, 민원 처리 등까지 처리하는 만능 거점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동네 곳곳에 위치하는 가장 작은 상권이기 때문에 인근 소비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고 반영하는 곳"이라며 "점차 많은 기업과 관공서의 서비스로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우편, 은행, 금융 등 생활 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상권 맞춤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고객을 끌어들이는 PB상품 개발을 통해 편의점은 비싸고 살게 없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편의점이 앞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편의점은 현재 5만개로 사실상 포화상태다.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할 때"라며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의 이점을 살려 응급의약품 판매를 늘리는 등 최대한 실생활에 밀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도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다양해질수록 이득"이라며 "이익충돌이 발생하기도 하겠지만 규제 완화로 편의점에서 선택지가 다양해진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