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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복장 잉글랜드 팬 … FIFA 나서 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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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 갑옷, 투구, 성 조지 십자가 등 중세 차림으로 응원
FIFA “아랍 국가 무슬림 입장에서 불쾌할 수도” 입장 막기로

십자군 복장 잉글랜드 팬 … FIFA 나서 제지 카타르 월드컵 현장 요원들이 21일(현지시간) 잉글랜드-이란 전을 관람하려는 '십자군' 팬들을 제지하는 모습을 담은 SNS 게시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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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사슬 갑옷에 투구, 흰 바탕에 붉은색으로 그린 성 조지의 십자가가 새겨진 망토와 긴 칼….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볼 듯한 십자군의 차림이지만 이런 복장을 한 사람들이 무리 지어 나타난 곳은 바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이다.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오랫동안 자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 같은 복장으로 경기장을 찾았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앞으로 이런 차림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없게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지에 나선 것이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는 FIFA가 이날 열릴 예정인 B조 잉글랜드 대 미국 조별 리그 경기에서 십자군 복장을 한 팬들의 경기장 입장을 막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FIFA는 더타임스에 "십자군 복장은 중동 지역의 무슬림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며 "우리는 모든 행사와 활동에서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성을 키우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1일 이란과 가진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일부 잉글랜드 팬들이 십자군 차림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다가 현장 요원들의 제지를 받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개최국 카타르나 상대 팀 이란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는 복장이지만, 사실 잉글랜드 팬들은 무슬림들을 일부러 도발하려고 이 같은 차림을 한 것은 아니다.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잉글랜드 팬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표팀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위해 특별한 복장을 해 왔다.


실제로 앞서 열린 다른 월드컵 경기에서도 잉글랜드 팬들이 십자군 차림을 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일부 팬들은 십자군 복장으로 카타르 도하의 공공장소, 대중교통 등에서 잉글랜드 국가 '하느님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를 부르는가 하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 칼을 차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이자 여러모로 깐깐한 규제를 가하는 카타르 월드컵인 만큼 이런 행위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국 축구계 내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벌이는 단체 '킥잇아웃(Kick It Out)'은 "기사나 십자군 차림으로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카타르는 물론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팬들에게 조언하겠다"며 "월드컵 대회가 열리기 전 발표한 외교부 여행 조언에서도 팬들은 현지 관습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반(反)무슬림혐오 시민단체 텔마마도 "공개적인 음주나 십자군 복장을 하는 행동은 카타르 국민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팬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십자군 전쟁은 1095년~1291년 이어진 그리스도교 원정대와 이슬람 간의 종교전쟁이다. 기독교 세력에게는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한 '성전(聖戰)'이었으나 이슬람 세력에게는 이교도의 침략으로 간주된다. 잉글랜드에서는 대영제국의 기틀을 세운 '사자왕' 또는 '사자심왕(The Lionheart)'이라 불리는 리처드 1세가 3차 십자군 전쟁에 직접 참전해 엄청난 무공을 세웠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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