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산 약 3만명 광화문광장에 모여
경기 종료 15분 만에 깨끗해진 광장
시민들, 쓰레기 옮기는 종로구청 직원 돕기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진행된 월드컵 거리 응원이 경찰의 통제 속에서 무사히 마무리됐다. 축구대표팀 응원을 마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질서정연하게 귀가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부터 시작된 우루과이와의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약 3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이들은 붉은 뿔이 달린 머리띠를 하거나 붉은 목도리와 태극기를 몸에 두르는 등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축구대표팀을 응원했다.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의조 선수가 골 넣을 기회를 놓칠 때 시민들은 함께 탄식했고 우루과이 선수의 슛이 한국 골대를 맞출 땐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광화문광장 인근 호프집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사람들은 중요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맥주를 먹다 말고 TV 화면에 집중했다. 경기 막판, 대표팀 선수들이 한 골이라도 넣길 바라는 마음에 한 손님이 "대한민국!"을 외치자 호프집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호응했다. 대학생 정현근(21)씨는 "이런 분위기를 처음 느껴봐서 너무 재밌었다"며 "앞으로 있을 가나전과 포르투갈전 역시 광화문광장에 찾아와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의식은 '완승'…경찰, 안전관리 위해 700여명 배치
이날 오전 12시께 경기가 끝나자 시민들은 자신이 먹었던 치킨이나 맥주, 응원도구 등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종로구청이 마련한 100리터(ℓ) 크기의 파란색 쓰레기 봉투를 가지고 와 쓰레기를 넣었다. 한 시민은 힘들게 쓰레기를 수거하는 종로구청 소속 공무원을 보고 함께 쓰레기 봉투를 옮겼다. 시민 A씨는 "별다른 생각없이 도우려고 했다. 우리가 함께 쓰는 거리가 깨끗해지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들의 도움 덕분에 경기를 마치고 15분 정도 지나자 광화문광장은 묶인 파란색 봉투만 있을 뿐,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졌다.
시민들은 경찰과 주최 측 통제에 따라 질서정연한 모습들도 보였다. 경기가 끝나자 주최 측은 "지하철 광화문역 2, 3, 9번 출구는 폐쇄됐다. 다른 출구를 이용하거나 인근 종각역, 시청역 등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아울러 경찰들은 야광봉을 들고 인파가 한꺼번에 광장 출구와 지하철에 몰리지 않도록 통제했다. 시민들은 차례대로 줄을 서서 광화문역으로 향했다. 광화문역에서도 사람들은 추가 증편된 지하철을 타고 안전하게 귀가했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응급센터에 따르면 이날 응원 중 다친 사람은 10여명이다. 다만 큰 부상은 없었고 사람들과 부딪혀 발목을 접지르거나 찰과상을 입었다고 응급센터 측은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거리응원 안전관리를 위해 경찰관 150명과 기동대 8개 중대, 특공대 18명 등 약 700명을 광화문광장에 배치했다. 서울시 역시 276명, 행사를 주최한 붉은악마 측은 341명을 현장에 배치해 시민들의 안전을 지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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