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은행이 버팀목]④최대 뇌관 '부동산 PF'…해법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39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10년전과 달라진 은행 기초체력…"우량 PF 사업장 옥석가리기, 은행이 해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한국 금융시장이 안고 있는 잠재적 최대 리스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PF 부실이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비화했듯, 올해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건설사는 물론 증권사·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을 강타할 수 있단 우려가 크다. 금융권에선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하더라도 이번엔 은행이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여년 전 금융위기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해진 기초체력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소방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전체 금융권(은행·보험사·여신금융사·저축은행·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은 총 11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각종 개발사업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등 유동화자산을 포함하면 관련한 시장규모는 150조원을 넘어선다.


부동산 PF란 일정한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양대금 등 미래 현금흐름을 자산으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일컫는다. 세부적으론 용지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브릿지론'과 착공 이후 공사 및 분양에 이르는 각종 비용을 조달하는 '본 PF'로 구성된다.

[은행이 버팀목]④최대 뇌관 '부동산 PF'…해법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면서 부동산 거래시장의 빙하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AD
10년 전과 다른 부동산 PF시장

저축은행 사태를 불러일으켰던 10여년 전과 최근 부동산 PF 시장은 양·질 모두 차이가 크다. 우선 올해 6월말 기준 PF 대출 규모는 112조2000억원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월말(78조9000억원) 대비 42.2%나 증가한 상태다. 약 4년 전인 2018년말(59조5000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 정도로 늘었다.


질적으로도 차이가 크다. 금융위기 당시엔 은행이 주된 PF 대출 공급자였다면 최근엔 증권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이 PF 대출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업권별 부동산 PF 대출잔액을 보면 ▲보험사(43조3000억원)▲여전사(26조7000억원) ▲저축은행(10조7000억원) ▲증권사(3조3000억원) 등 2금융권의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특히 여전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사업장에 후순위로 들어가 있는 만큼 상대적인 위험도가 높단 평가다.


미국발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세계적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 일로에 놓여있는 만큼 업계에선 내년 대규모 부동산 PF 부실화를 우려한다. 최근엔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전국 각지의 부동산개발사업이 사실상 '개점 휴업'에 놓여있는 상태다.


금융권과 건설업계에선 정부와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부동산 PF 부실에 대비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처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NPL) 인수 프로그램 가동, '부동산 PF 정상화 뱅크'와 같은 배드뱅크 설립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시중은행,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대출이 부실화되자 정부는 캠코의 구조조정 기금을 통해 저축은행의 PF 관련 NPL을 인수해 정상화 작업을 진행했고, 시중은행들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함께 부동산 PF 정상화 뱅크를 구성해 사업장 처리에 나선 바 있다.


한 중소형 캐피탈사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캠코를 통해 부실화된 사업장 또는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면서 "도덕적 해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 역시 최근 발표한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정부 주도의 PF 정상화 뱅크 설립 및 건설 공사대금 채권 담보 대출에 신용보증기금 보증(으로 시공사 운전자금 조달)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등으로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운영·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 상황을 동맥경화증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현재 건설사들은 유동성 공급으로 다소 상황이 나아지긴 했으나 어느 한 군데서 예기치 못한 혈관이 터지면 위기가 삽시간에 전파될 수 있는 국면"이라면서 "아직 위기가 현실화한 국면은 아니나 배드뱅크는 유사시 혈전용해제, 또는 응급실 후송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은행이 우량사업장 적극 지원 등 역할해야

이런 가운데 은행 역할론도 제기된다. 다행히 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한 리스크를 크게 줄인 상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 중 시중은행의 비중은 25%(약 28조원)에 그쳤다. 은행 스스로도 금융위기 이후 체력을 기른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시중은행들은 위험도가 낮은 대형 사업장 등에 선순위로 PF 대출에 나섰고, 빈 자리를 증권사와 같은 제2금융권이 채운 상태"라면서 "PF 대출 부실화가 현실화하더라도 은행에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특히 부실화된 PF 대출 사업장 사이에서 '옥석'을 가르는 일은 은행의 역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전반적 시각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각 PF 사업장별로 우량·비우량 수준을 점검하고 있으나 돈줄을 쥔 은행만큼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단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들여다본다고 해도 직접 PF 대출을 해주는 은행만큼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할 수는 없다. 1차로 은행들이 우량한 PF 사업에 대해 대출 지원을 해 살린 다음, 나머지 부실 사업장 처리는 정부가 맡는 것이 순서"라며"은행들이 PF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우량한 사업장은 살릴 소방수 역할을 맡아 진화에 나서도록 금융당국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동산 시장 경착륙 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맞게 될 가계, 이른바 '영끌족', '갭투족'과 관련해서도 은행이 버팀목의 역할을 할 수 있단 주장이 나온다. 김강민 KB금융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 할 경우)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를 더 연장해 준다든가 하는 등의 방식으로 한계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를 넘어 금융사가 선제적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단 분석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한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개인의 책임이긴 하나 무리해서 집을 산 하우스푸어들이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금융사가 부실화 직전 차주의 주택을 '세일 앤드 리스백(Sales and Lease back)' 방식으로 사들여 임대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채권(ABS)을 발행해 기관·개인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임대 사업을 활성화한다면 파국적인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 대표는 "금리 부담이 너무 큰 가계 입장에서는 과도한 대출을 해소하고 살던 집을 그대로 임대해 쓸 수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시장 원리로 했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