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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음공(音功)?…소리로 화학반응 조절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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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전설의 음공(音功)?…소리로 화학반응 조절 성공 <소리를 이용한 키랄성 분자들의 공간적 분리> 소리에 의해 생선된 물결에는 마루와 마디가 존재한다. 마루는 공기 중 산소가 많이 공급되어 산화 반응이 일어나는 영역이다. 산화-환원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꼬임 방향을 가지는 키랄성 고분자 물질은 용액 내에서 산소가 풍부한 산화 영역과 산소가 부족한 환원 영역에 각각 분리되어 존재한다. 산화-환원 상태에 따라 색깔이 다른 고분자를 이용하면 번갈아 나타나는 동심원 모양의 색깔 패턴이 형성된다. 두 물질의 공간적 형성과 분리가 이뤄졌음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및 설명=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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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영화 '쿵푸 허슬'. 알고 보니 최고 고수는 소리를 무기로 사용하는 음공(音功) 사자후를 익힌 여주인이었다. 전설로만 여겨지고 있는 '소리'의 실체화와 여러 활용이 가능할까?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소리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기문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장(포스텍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소리만을 이용해 용액 안에서 서로 다른 키랄성을 가지는 분자들을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서로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은 구조를 가지는 분자의 성질을 거울상 이성질성 또는 키랄성이라고 한다. 쌍둥이처럼 닮은 키랄성 분자들은 양손처럼 서로를 거울에 비춰보면 같은 모양이지만, 아무리 회전시켜도 겹쳐지지 않는다. 화학에서 키랄성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체분자들은 특정 키랄성을 가지는 분자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대의 키랄성을 가진 분자는 사용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해로운 작용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키랄성 분자들은 입체 구조적 관점에서만 서로 다를 뿐, 물리·화학적 성질이 유사하기 때문에 용액 안에서 두 물질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연구팀은 소리를 이용해 용액 안에서 키랄성 분자들을 분리하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스피커 위에 페트리 접시를 올려둔 뒤 주파수 100Hz 이하의 소리를 재생하면, 미세한 상하 진동으로 인해 접시 안에는 동심원 모양의 물결이 생긴다. 물결에는 움직이지 않는 마디 부분과, 주기적으로 상하운동을 하는 마루와 골(가장 높은 부분과 가장 낮은 부분)이 있다. 이중 마디는 일종의 ‘가림 막’ 역할을 한다. 마디를 경계로 용액이 서로 섞이지 않고, 구획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에 착안해 마디를 경계삼아 산화-환원에 따라 서로 다른 키랄성을 보이는 분자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페릴린 다이이미드(PDI) 분자는 L-페닐알라닌 유도체(LPF) 분자와 결합하면 왼쪽 방향으로 꼬인 고분자를 형성한다. 반면, PDI 분자가 환원되면, 오른쪽 방향으로 꼬인 고분자를 이룬다. 키랄성이 다른 두 분자는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을 띈다.


연구팀은 환원된 PDI/LPF 용액이 담긴 접시에 소리를 재생했다. 공기와 접촉이 활발한 마루 부분에서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며 용액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페트리 접시에는 산화된 붉은색과 기존의 푸른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동심원 모양의 색깔 패턴이 나타났다. 서로 다른 키랄성을 가지는 물질이 한 용액 안에서 각각 다른 영역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김 단장은 “소리는 에너지가 작아 화학반응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여겨졌지만, 우리 연구진은 지금까지 소리로 산화-환원 반응, 효소 반응 등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의약품 제조 등 키랄성 물질의 분리·조절이 필요한 여러 화학 반응에서 획기적 도구로 사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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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결과는 16일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켐(Chem, IF 25.832)’에 실렸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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