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는 율리우스력 고수해 서방보다 크리스마스 13일 늦어
우크라이나 정교회 “각 교구가 원한다면 12월 25일 성탄절 예배 가능”
탈(脫) 러시아 행보에 속도 … 우크라이나 전역 약 7000개 교회에 영향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올해부터는 성탄절 예배를 기존 1월 7일이 아닌, 12월 25일에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탈(脫) 러시아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교회 키이우 교구는 지난달 열린 교회 회의(시노드·Synod)에서 각 교구가 원한다면 1월 7일이 아니라 12월 25일에 성탄절 예배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키이우 총대주교청의 예브스트라티 조리아 대주교는 "이번 결정이 강제적 성격을 띤 것은 아니다"라며 "우선 다음달 25일에 얼마나 많은 신자가 예배에 참석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역의 약 7000개 교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원래 러시아 정교회와 함께 개신교·가톨릭의 성탄절인 12월 25일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왔다. 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그레고리력'이 아니라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따르기 때문이다. 정교회권 국가들 중 러시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조지아·세르비아·몬테네그로·북마케도니아 등은 기존 율리우스력을 고수해 1월 7일을 성탄절로 삼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사회주의 혁명 이듬해인 1918년, 율리우스력 대신 그레고리력을 채택했지만 러시아 정교회는 율리우스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성탄절 날짜를 바꾸려는 움직임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했는데, 조리아 대주교는 전쟁 이전에도 전체 교구민의 3분의 1이 12월 25일에 성탄절을 기념하고 싶어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쟁 동원령을 지지해 "병역 의무를 수행하다 죽는 것은 타인을 위한 희생이고 이 희생을 통해 자신의 모든 죄는 씻긴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거세게 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이 외에도 곳곳에 남은 러시아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옛 소련 창건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을 하나씩 철거하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문화부는 톨스토이·푸시킨 등 러시아 문학가의 이름을 딴 거리와 기념물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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