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에 러와 평화협상 촉구…회담 가능성 열어둬야"

전쟁장기화 속 美·유럽 여론 악화
美 중간선거 이후 지원 축소 우려도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 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에 러시아와의 평화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라는 권고를 보냈다는 현지 외신들의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과 유럽 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향후 지원축소 논의가 확대될 우려가 발생하면서 우크라이나측도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요구한 행보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미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조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평화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려놓고, 협상에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도록 물밑에서 권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은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측에 전쟁 장기화에 따라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내에 피로도가 심해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고,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협상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며 전쟁을 이어가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전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여론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WP는 "미 정부 내에서 이같은 논의가 나온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복잡한 상황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WP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로는 우리 동맹국들에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면적인 협상 거절로 전쟁이 계속 이어지면서 에너지 위기에 휩싸인 유럽과 식량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전쟁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WP는 지적했다.

미국 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0%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만 이처럼 응답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원의 48%는 미국이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WSJ는 전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 하원 모두 공화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국 주도권이 공화당으로 넘어갈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축소 논의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