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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트라우마]①홍콩 H지수 폭락에 녹인 처지 ELS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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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967개가 녹인(원금손실)구간을 찍었다. 개인들은 약세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덜컥 10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지금은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15년, 2020년에 이어 홍콩 H지수의 급락세가 투자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거의 악몽은 또다시 되풀이될 것인가.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과 경기침체, 중국의 정책 리스크까지 덮치면서 홍콩은 중국 시장보다 더 위험한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H지수에 투자 현황을 점검하고, 홍콩 H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무엇이 있을지 긴급점검을 해보았다.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직장인 이 모씨(30세)는 아침 출근 후 HSCEI(홍콩 H지수)를 확인하는 것이 일이 됐다. 지난해 4월 주변 권유에 은행에서 홍콩H지수에 투자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가입했는데, 먼저 가입한 친구들이 녹인(원금손실) 문자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녹인 조건이 기준가 대비 45%로 아직 여유가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가격이 더 내려갈까 노심초사다. 이씨는 "예·적금보다 조금 더 많은 이자를 바란 것이 욕심이었던 것 같다"며 "원금만이라도 잘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홍콩ELS 트라우마]①홍콩 H지수 폭락에 녹인 처지 ELS '수두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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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15% 넘게 폭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녹인 공포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 연임 소식에 지수가 17년여 만에 5000선 아래로 밀려서다. 이달 들어 소폭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대외적인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지금, 추세적인 오름세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관련기사] '홍콩ELS 트라우마'


6일 아시아경제가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시스템 세이브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부터 이달 4일까지 기초자산이 홍콩 H지수인 '베리어' 있는 공모형 ELS 가운데 녹인에 진입한 ELS는 총 967개다.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한 투자금액만 5조4562억원에 달한다.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ELS는 모두 지난해 1월부터 10월에 집중적으로 발행됐다. 발행 당일 홍콩H지수는 기준가격 대비 45~60% 하락했을 때 원금 손실이 발생 할 수 있다고 고지된 원금비보장형 상품들이었다.


홍콩 H지수는 지난달 31일 기준 4938.56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장중 4919.03까지 내려가며 17년여 만에 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연간 하락률은 39%에 달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6000선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었지만, 중국발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이탈(패닉셀링)이 가속화됐다. 여기에 플랫폼 기업 국유화 움직임, 홍콩 증시 부양 의지 부재, 경기침체 우려를 확대할 수 있는 시진핑 주석의 3 연임이 확실시되면서 이달 들어서만 지수는 15%나 폭락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홍콩거래소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23.4%인데 시진핑 주석의 연임 우려로 이달 초 홍콩 증시 내 공매도 비중은 29.7%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수가 빠르게 내리면서 손실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발행된 ‘키움증권 1715(ELS)’는 홍콩 H지수의 발행 가격이 연초보다 낮아지면서 8966.77로 결정됐는데, 지난주 녹인 구간인 (발행가의 58%) 5290선 밑으로 추락하면서 원금손실을 확정 지었다. 원금손실구간을 터치했다 하더라도 발행 조건에 따라 ELS가 만기 시까지 상환조건을 충족한다면 사전에 약정된 수익률로 자금을 상환받을 순 있다. 그러나 현재 원금손실을 확정지은 ELS의 경우 만기상환 조건에 부합하기 위해선 30% 넘게 지수가 상승해야 한다. 예컨대 ‘키움증권 1715’의 경우 다른 기초자산이 녹인 구간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홍콩H지수가 만기일인 2024년까지 34% 상승해 6725를 상회해야만 약정된 수익률을 받아낼 수 있다.



녹인을 찍은 종목 중 원금 회복이 요원한 종목들도 있다. 지난해 2월 65억원 규모로 발행된 '삼성증권 25689(ELS)'의 마지막(5차, 내년 8월25일) 조기상환 요건은 홍콩H지수가 9373.93을 상회해야 하는데, 지금 수준보다 70% 넘게 올라야 한다. 만기일인 2024년 2월이라도 투자자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위해선 지금보다 60% 이상 오른 8788.86을 상회해야 하는데, 해당 요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엔 원금 손실이 확정적이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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