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시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노경조 기자] 국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자녀 통학 목적으로 마련한 집에서 추후 임대수익을 얻는가 하면 시세와 대출금리, 세금, 임대료 등을 따져봤을 때 실익이 있다고 판단해 직접 투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일본은 엔화 가치 하락과 비교적 낮은 대출금리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가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어 해외 부동산 시장도 거래량 감소 등의 변수에 주의가 요구된다.
규제 적고 수요 안정적…미국·유럽·일본 부동산 관심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개인의 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 건수와 금액은 각각 1136건, 3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투자 목적 취득 건수가 850건으로 주거 목적(286건)보다 3배가량 많았는데, 예년과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취득 건수는 2455건, 금액은 6억달러였다. 개인이 약 98% 수준인 2404건(5억8000만달러)을 취득했다. 목적별로는 10건 중 7건 이상이 투자 목적이었다. 세부적으로 투자 1871건(3억5000만달러), 주거 584건(2억5000만달러)으로 약 3배 차이가 났다.
이렇듯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증가한 데에는 취득을 위한 송금 한도가 3년 전 폐지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취득금액 제한은 이미 2008년 전면 폐지됐으나 계약금 송금 한도(20만 달러)는 남아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2019년 한도를 없앴다. 탈세와 재산 도피 방지를 위한 비율 한도(취득금액 10%)는 계속 적용하고 있다.
투자 시 선호 국가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다. 이들 국가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대도시인 경우 수요 확보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엔저 상황에도 도쿄보다 영국 런던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있지만, 확실히 일본이 눈길을 끌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른바 '큰손'이라는 기관들이 먼저 움직였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지난 8월 홍콩 투자회사인 가우캐피털파트너스가 향후 2년 동안 부동산 시장에 약 5000억엔(약 4조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 등도 일본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의 한국 부동산 매수세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서울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은 101명으로 2013년 9월 97명 이후 최저치다. 올해 들어 꾸준히 100명 중반대를 유지했으나 하반기부터 7월에 154명, 8월 133명, 9월 101명으로 점차 줄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여건 변화 신경 써야"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대변되는 국제 경제 흐름 속에 해외 부동산 투자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일본이 예외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을 뿐 미국, 유럽 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기업 젠스타메이트의 한 관계자는 "올해 6월 말 투자사 및 운용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견이 33%로 국내(6%)와 비교해 훨씬 많았으나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며 "그 사이 미국, 한국 등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몇 차례 단행됐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개인도 여건 변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NABO)가 이달 발간한 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고, 주택 거래량이 줄고 있다. 지난달 기준 미국의 30년 만기 주담대 금리는 6.11%로 1월 3.64%에서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또 미국 주택 거래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재고 주택(신규 주택을 제외한 기존 주택) 거래량은 1월 649만가구에서 8월 480만가구로 감소했다.
호주의 경우 올해 4월 0.1%였던 기준금리가 이달 현재 2.6%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치(2%)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 추가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호주의 경우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고금리에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호주 가계부채는 2020년 기준 처분가능소득 대비 203%에 달하며, 전체 대출의 85~90%가 변동금리로 돼 있다. 현재 고정금리 대출도 대부분이 2023년 하반기 만료 예정이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 가격 조정 및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 가격 하락에 따른 실물시장의 충격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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