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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인물] 멜로니 伊총리, 극우가 아니라 중도 우파?…친유럽 행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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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인물] 멜로니 伊총리, 극우가 아니라 중도 우파?…친유럽 행보 주목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진 제공= E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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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조르자 멜로니 신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내각이 25~26일(현지시간) 하원과 상원 신임 투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5일 총선에서 멜로니 총리가 이끈 우파 연합이 상하원 과반을 장악한만큼 내각 신임 투표는 통과의례 수순일 것으로 예상된다.


눈길을 끄는 점은 멜로니 총리가 내각의 요직에 친유럽연합(EU) 인사들을 임명했다는 사실이다. 멜로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를 이끈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탄생한 극우 성향 정당의 총리다. 이에 멜로니가 총리가 되면 유럽연합(EU)의 행보에 제동을 걸면서 유럽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멜로니는 과거 이탈리아가 EU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이탈리아 총선 직전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로서 차기 총리가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45)를 표지모델로 다루면서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총선 유세 과정에서 멜로니는 유럽 통합을 강조했다.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일 뿐, 총선에서 승리하면 극우 본색이 나올 것이라는 의구심은 여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총선 승리 이후에도 멜로니의 친EU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멜로니 신임 총리는 새 정부의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에 친EU 인사들을 나란히 임명했다.


재무장관에 지명된 잔카를로 조르제티는 전임 마리오 드라기 총리 내각에서 경제개발부 장관을 지냈다. 차기 내각은 드라기 내각의 경제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는 점을 멜로니 총리가 분명히 한 셈이다.


새 외무장관으로 임명된 안토니오 타야니는 전 유럽의회 의장으로 이탈리아에서 대표적인 친EU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최근 자신이 속한 전진 이탈리아(FI)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대표의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베를루스코니와 정반대 입장을 나타내 주목받았다. 베를루스코니의 녹취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타야니는 FI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의 공포에 굴복하지 않은 영웅들"이라고 밝혔다. 타야니 외무장관은 첫 공식 업무로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새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멜로니 총리도 베를루스코니의 녹취록이 공개된 뒤 성명을 내고 이탈리아는 분명한 EU와 나토의 일원이라며 베를루스코니와 분명한 선을 그었다. 멜로니는 설령 정부 구성에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탈리아가 EU와 나토의 일원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차기 내각에 함께 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여론을 고려하면 멜로니가 총리로서 유럽 통합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 유권자의 다수는 유럽 통합을 지지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


EU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EU와의 협력은 필요하다. 이탈리아는 2026년까지 1915억유로(약 264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회복기금을 EU로부터 지원받는다. 드라기 총리가 재임 기간 700억유로를 지원받은 상황에서 나머지 기금을 차질없이 받으려면 멜로니 총리 입장에선 EU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


다만 코로나19 회복기금은 친환경 전환, 디지털화 촉진, 인프라 구축 등으로 쓸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어, 멜로니 총리가 에너지 위기 대처를 이유로 사용처 변경을 EU에 요구할 경우 갈등을 빚을 우려는 있다.


멜로니 총리는 경제ㆍ외교 정책에선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지만 전통적인 기독교ㆍ가족적 가치에 대해서는 선명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멜로니 총리가 가족부 장관으로 과거 낙태를 "모성의 어두운 면"으로 묘사한 유지니아 마리아 록첼라를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록첼라는 2018년 동성결합법을 앞장서서 반대했던 정치인이다. 멜로니 총리가 반이민ㆍ반난민 정책을 펼치고 성 소수자들을 차별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AP는 22일 '멜로니는 극우 선동가(far-right firebrand)인가 아니면 중도(moderate)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멜로니가 선동적인 극우 총리가 될 지, 온건한 우파 총리가 될 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평했다.



멜로니 총리는 25일 의회의 신임 내각 신임 투표에 앞서 국회 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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